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는 4만9996대로 전년 동월 대비 51.8% 증가하며 역대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7.9%로 사상 최고다.
세부적으로 보면 하이브리드가 성장을 이끌었다. 판매량은 3만3894대로 전년 대비 59.1% 늘어나 전체 친환경차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대차는 1만8841대(46%↑), 기아는 1만5053대(79.2%↑)를 판매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하이브리드가 4581대로 지난해보다 149.6% 급증했고,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8082대가 판매돼 81.1% 늘었다. 두 모델 모두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하이브리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매 호조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부분이 한국산 수출 물량이어서 미국 정부가 부과하는 25% 관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세 때문에 잘 팔릴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한계 탓에 업계에서는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우려한다.
해법은 가격 인상이나 현지 생산 확대 2가지로 압축된다.
하지만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관세로 인한 차량 가격 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현지 생산 확대가 유력한 해법이다.
하이브리드 생산은 올해 초 완공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곳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어졌지만, 일부 생산 라인을 하이브리드에 배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후보 차종으로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 카니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차종 모두 대형 스포츠실용차(SUV)와 패밀리카 수요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어, 하이브리드로 생산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현지 생산 확대가 한국 공장의 생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노조 반발과 고용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현대차는 울산에 연간 20만 대 규모 전기차 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국내 생산 기반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가 미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현지 생산 확대는 새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