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美, 日 이어 EU도 車관세 15%로… 한국만 25% ‘타격’

이원주 기자
입력 2025-09-26 03: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춘다. 유럽 자동차의 미국 수출 관세율이 27.5%에서 15%로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일본에 이어 유럽 자동차 업체들까지 관세 부담을 덜게 된 반면 한국 자동차에는 여전히 25% 고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1일 EU와 체결한 ‘프레임워크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자동차와 부품의 관세율을 이같이 낮춰 적용한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같은 관세율 인하 조치를 8월 1일부로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에서 8월 이후 미국에 수출된 차량은 모두 관세율 15%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의 관세율은 아직도 25%에 묶여 있다. 7월 30일 관세율 15%를 적용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장기화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현대차그룹 등 미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일본차에 이어 독일차와의 경쟁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2025년식 최저 제조사권장가격(MSRP)은 2만8705달러, 비슷한 크기의 독일 브랜드인 폭스바겐 티구안은 3만245달러로 표기돼 있다. 티구안의 가격에 27.5% 관세가 반영돼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관세율이 15%로 낮아질 경우 폭스바겐은 티구안 가격을 2만7280달러로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티구안이 투싼보다 더 싸게 팔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관세의 가격 인상 전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관세 부담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2분기에도 관세 여파로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8282억 원, 기아는 7860억 원 쪼그라든 것으로 추산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것을 감안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다만 관세율이 15%로 낮아질 경우 목표(가이던스)를 달성하기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관세 환경이 한국 시장에 불리하게 진행되면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수출 경기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5일 발간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4분기 EBSI는 69.3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E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 회복, 넘지 못하면 경기 악화가 전망된다는 의미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