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佛 푸조의 3기통 하이브리드… 48V 배터리로 ‘엔진 다운사이징’[MoTech열전]

김도형 기자
입력 2025-10-09 10:13:05 업데이트 2025-10-09 10:20:58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 스텔란티스 제공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 스텔란티스 제공


4기통 아니면 6기통. 지금 국내의 도로를 돌아다니는 승용차 대부분은 이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연기관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의 실린더 개수가 4개 혹은 6개인 차량이 대다수라는 것인데요.

실제로는 이 중에서도 4기통 차량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배기량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4기통 엔진으로도 준중형은 물론이고 중형 혹은 대형 차량까지 굴릴 수 있는 힘을 충분히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 대형 차량이나 고성능 차량에는 6기통 혹은 8기통 엔진 등도 쓰이지만 연비를 위해 엔진의 크기와 배기량을 줄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이 일반화되면서 4기통 엔진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르쉐 911 GT2 RS 모델에 쓰인 3.8리터 6기통 트윈 터보 박서 엔진. 전기차 확산과 엔진 다운사이징 흐름으로 최근 6기통이나 8기통 엔진을 활용하는 차는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포르쉐 제공포르쉐 911 GT2 RS 모델에 쓰인 3.8리터 6기통 트윈 터보 박서 엔진. 전기차 확산과 엔진 다운사이징 흐름으로 최근 6기통이나 8기통 엔진을 활용하는 차는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포르쉐 제공


● 프랑스 푸조의 시도는 ‘3기통 하이브리드’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브랜드인 푸조가 최근 국내에서 주력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내세운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가 3기통 엔진을 채택했다는 점은 꽤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3기통 1.2L로 최고 136마력을 내는 ‘퓨어테크’ 엔진에 최고 출력 15.6kWh, 최대 토크 51Nm의 힘을 갖춘 전기모터를 결합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준중형급(C-세그먼트) 세단도 아닌 SUV의 파워트레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48V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하는 이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배터리 규격 기준으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분류되지만, 푸조는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순수 전기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용 변속기인 ‘e-DCS6’ 변속기를 적용하면서 시동 이후 출발에서는 전기모터를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푸조의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에 쓰인 1.2L 퓨어테크 엔진. 스텔란티스 제공푸조의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에 쓰인 1.2L 퓨어테크 엔진. 스텔란티스 제공



● “배기량 줄여도 도심 주행 성능은 ‘충분’”


최근 도심을 중심으로 실제 주행해 본 경험은 3기통 엔진으로는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한 ‘우려 해소’ 혹은 ‘기대 이상’에 가까웠습니다.

도심에서의 주행 성능은 3기통 엔진이라는 점이 거의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준수했는데요.

특히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출발이나 저속 주행의 질감이 상당히 매끄럽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푸조는 전기 모드로 저속 주행이 가능한 ‘e-크리핑’이나 정차 후 재출발할 때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하는 ‘e-론치’ 등의 주행 기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전체 주행 시간의 50%를 엔진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기통으로 다운사이징 된 엔진임에도 도심 주행의 배기음에서는 나름의 역동성이 느껴진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는데요.

전기모터 합산 145마력(유럽 기준)이면 충분한 주행 성능이라는 자신감으로도 읽히는 대목이었습니다.

고속 주행에서의 가속력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주행 중에 전기모터와 엔진이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디스플레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을 쓰지 않으면서 주행한다는 점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푸조의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에서 엔진과 전기모터의 구동 상황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푸조의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에서 엔진과 전기모터의 구동 상황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엔진 줄이고 연비 잡은 ‘스마트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이지만 이른바 ‘풀 하이브리드’처럼 모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키우면서 연비를 높였다는 점은 이같은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큰 장점입니다.

C-세그먼트인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국산차 가운데서는 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한 차급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의 차체 크기는 각기 전장 454.5cm와 468.5cm, 전폭 189.5cm와 186.5cm, 전고 165.0cm와 166.0cm로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가운데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스포티지 전륜 구동 모델의 복합 연비는 타이어 크기에 따라 L당 11.5~12.3km 수준입니다.

반면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경우 복합 연비가 L당 14.6km에 이르는데요.

48V 배터리를 장착하면서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공차중량이 50~100kg가량 더 무겁고 연비에서 더 불리한 19인치 타이어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최대 27% 더 뛰어난 연비를 보이는 셈입니다.

물론, 스포티지의 풀 하이브리드 모델인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복합기준 연비가 L당 15.6~16.3km에 이르기 때문에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보다 더 뛰어납니다.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모델의 외관.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모델의 외관.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친환경 흐름에 F1 레이스도 엔진 ‘다운사이징’


내연기관차가 엔진의 크기와 배기량을 낮추면 파워트레인 자체의 중량도 낮출 수가 있습니다.

자연스레 연료 소모를 줄이고 대기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엔진의 크기와 배기량을 떨어뜨리는 ‘다운사이징’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일반 도로가 아닌 경주용 트랙에서, 극한의 주행성능을 겨루면서 한때는 12기통(V12) 엔진까지 쓰던 포뮬러1(F1) 레이스마저도 2010년대 중반부터는 1.6L V6 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하는 상황입니다.

일반 차량에서도 전반적인 다운사이징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8기통은 6기통으로 6기통은 4기통으로 실린더 숫자를 줄여 왔지만, 여전히 준중형급 이상에서는 4기통이 그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주행 성능은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준중형 SUV에서도 3기통으로의 다운사이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배터리 전압이 48V인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아닌 200~300V 수준의 풀 하이브리드 기술은 여전히 일본의 도요타와 한국의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통칭하던 48V 배터리의 쓸모를 다양하게 하는 모습이겠습니다.

과거 페라리가 F1 레이스에 사용했던 10기통 엔진. 3L의 배기량으로 최대 790마력의 힘을 낸다. 페라리 제공과거 페라리가 F1 레이스에 사용했던 10기통 엔진. 3L의 배기량으로 최대 790마력의 힘을 낸다. 페라리 제공


●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눈길’

오래간만에 경험한 푸조 브랜드의 차량인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모델의 또다른 매력은 감성적인 디자인 요소들이었습니다.

날렵한 패스트백 디자인을 선택하면서 후면 상단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스포일러’를 적용한 모습은 푸조가 내세우는 ‘프렌치 디테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포인트였는데요.

직물과 가죽 소재를 적절히 버무린 실내에서도 대시보드 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휘어진 21인치 디스플레이와 감각적인 앰비언트 LED 라이트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였습니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이질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서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는데요.

3008은 2008년 글로벌 데뷔 이후 푸조의 대표 SUV로 자리 잡으면서 2016년 2세대 모델을 기준으로 누적 140만 대 이상 판매된 핵심 모델이기도 합니다.

차급에 비해 좁게 느껴지는 트렁크 공간 등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지만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2종 저공해차 인증을 획득해 공영주차장 감면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만합니다.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모델의 실내.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모델의 실내.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