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현장]개발 기간만 5년… 포르쉐 ‘무선 충전’ 결실

라이프치히=정진수 기자
입력 2025-10-15 20:51:16 업데이트 2025-10-15 21:18:20
카이엔이 정확히 충전 위치에 도달하자 디스플레이가 바뀌고 스마트폰처럼 무선 충전이 시작됐다. 너무나 매끄러운 흐름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무선 충전에 대해 막연히 상상만 해왔지만 실제 구현된 기술을 이렇게 빨리 경험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포르쉐가 주요 완성차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무선 충전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점이다.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에만 강한 브랜드가 아니라 전동화 기술에서도 선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혁신을 실제 차량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포르쉐가 내놓을 전기차 기술들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취재진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카이엔 무선 충전 기술을 직접 시연해봤다.

카이엔 일렉트릭에는 새로 개발된 LG에너지솔루션 113kWh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된다. 800볼트 기술과 고효율 구동 시스템을 결합해 유럽 기준 600km 이상 주행 거리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최대 400kW DC 급속 충전 성능을 지원해 고용량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약 15분 내외로 채울 수도 있다.

포르쉐 무선 충전 90% 효율성 자랑

하지만 포르쉐는 소비자 행동에 주목했다. 전기차 사용자 중 약 75%가 가정에서 충전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손쉬운 충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무선 충전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포르쉐 무선 충전 시스템은 차량 하부 수신 유닛(원-박스 구조)와 지면 설치용 플로어 플레이트로 나뉜다. 포르쉐에 따르면 차량 하부 무선 충전 연동 장치는 배터리 팩과 전방 모터 사이에 장착된다. 무게는 약 15kg다. DC 컨버터 기능을 수행하는 이 장치는 기존 온보드 충전기 우회 방식으로 충전을 진행한다. 외부 충격에 대비해 금속 보호판이 적용됐고, 액체 냉각 시스템과 직접 연결된다. 길이 117cm, 너비 78cm, 두께 6cm의 바닥 패드는 다양한 실외 주차장에 설치 가능하다. 기본 내장된 WLAN 및 LTE 모듈을 통해 OTA 업데이트와 충전 관리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기술 소개를 맡은 시몬 슐체 포르쉐 충전 시스템 매니저는 “카이엔 일렉트릭은 최대 11kW 속도로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며 ”AC 완속 충전 효율이 약 94%라면 무선 충전은 이에 버금가는 90% 효율을 보이기 때문에 충전 손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7.6cm 범위 진입 시 자동 충전

본격적인 시연을 위해 연구진과 함께 카이엔 일렉트릭에 올랐다. 차량 실내에서 연구원이 차량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조작해 ‘인덕티브 차징’ 기능을 활성화하자 디스플레이가 곧바로 무선 충전 준비 상태로 전환됐다.

이때 나타난 것은 마치 주차 게임을 연상케 하는 UI ‘그린 다이링’이었다. 운전자가 무선 충전 패드 위에 차량을 정확히 위치시킬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선이다. 디스플레이 속 초록색 원과 가이드를 일치시키면 되는데 허용 오차가 최대 7.6cm로 넉넉한 편이다.

운전자는 화면에 나타난 유도선을 따라 천천히 차량을 움직이면 된다. 초록색 원이 중앙에 딱 맞춰지는 순간, 시스템은 곧바로 충전 준비를 마친다. 모든 과정은 터치 몇 번과 핸들 조작만으로 이뤄졌다.

무선 충전 시스템 감지 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원이 충전 패드 위로 발을 들이밀자 곧이어 충전이 즉시 중단됐다. 시스템이 하부에 생물이나 이물질이 감지되면 충전을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시몬 슐체 매니저는 “차량 하부에 고양이나 작은 동물이 접근하면 충전이 중단되고, 위험 요소가 사라졌다고 판단되면 다시 자동으로 충전이 재개된다”며 “이러한 반복 행동이나 금속 물체가 감지되면 마이 포르쉐 앱에 알림이 전송된다”고 말했다.

개발 기간 5년… 에어갭 변동성 난제 해소

포르쉐가 이 시스템 개발에 들인 시간은 무려 5년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차량 하부와 바닥 패드 사이 간격의 유동성(에어갭)이었다. 시몬 슐체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에어갭은 11~16cm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차량의 높이는 주행 모드와 하중, 지형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충전 효율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높이 조건을 수용하는 하드웨어 설계가 필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언더바디 플레이트 위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도 있어, 이를 극복하는 데 많은 실험과 설계 변경이 동반됐다”고 덧붙였다.

포르쉐는 이 무선 충전 시스템을 2026년 유럽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후 북미와 아시아 시장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카이엔 일렉트릭 전용 기술이지만, 향후 기술이 소형화되면 다양한 차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게 포르쉐 측의 설명이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