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코리아는 2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8기통 쿠페 신차 ‘페라리 아말피’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아말피는 페라리가 ‘라 누오바 돌체 비타(새로운 달콤한 인생)’라는 철학을 구체화하는 모델로, 로마의 뒤를 잇는 신차다.
이 차량은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의 빛나는 자연미와 인생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페라리는 이 모델을 통해 강렬한 성능과 함께 ‘주행에서의 감성적 만족’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는 문화를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아말피가 페라리에서 지향하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단순한 성능의 진화가 아니라, 디지털과 전기화가 가속하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서 ‘감성’과 ‘인간 중심의 럭셔리’를 다시 강조하는 모델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물리적이고 직관적인 조작감을 중시하며 디지털 버튼 대신 실제 물리 버튼을 복원해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사람이 중심이 되는 럭셔리’라는 페라리의 철학을 보여준다.
아말피는 페라리의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곧 출시 예정인 페라리의 첫 전기차가 업계를 향한 혁신의 신호탄이라면, 아말피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 중심의 감성적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균형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페라리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닌, 고객과의 감성적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럭셔리 스포츠카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가 완성한 아말피의 외관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간결하면서도 조각 같은 완성도를 보인다. 긴 보닛과 기하학적 볼륨의 쐐기형 측면, 그리고 라이트와 센서를 차체 색상과 한 면으로 감싼 미래지향적 전면 디자인이 특징이다. 뒷면은 수평선 형태의 절제된 라인과 잘 어울리는 후미등이 매력적이다.
내부는 ‘듀얼 콕핏’ 구조로 운전자와 동승자의 공간을 분리했다. 새롭게 적용한 HMI(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에는 디지털 버튼을 최소화하고, 조작감이 뛰어난 물리 버튼을 복귀시켰다. 페라리의 오래된 철학인 “눈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에 맞물린 설계로, 운전자는 주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심장부에는 3855cc 트윈터보 V8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640마력의 출력과 함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3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최신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지원한다.
주행 안전성도 강화됐다. 페라리 최초 적용인 ABS 에보(업그레이드 브레이크 시스템)와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전자식 제동 제어) 덕분에 어떤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100km/h 속도로 달리다 정지할 때 약 30.8m 거리만 필요하다.
차량 후미에는 능동형 리어 윙(속도와 주행 조건에 맞춰 자동 조절되는 스포일러)이 내장되어 있어, 시속 250km의 고속 코너링이나 긴급 제동 시 추가 다운포스(차량이 노면에 눌리는 힘)를 생성해 안정성을 높인다.
부가적으로 부메스터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도심 주행 시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되는 프런트 리프터(전면 차체 높이 조절장치) 등의 사양도 갖췄다. 아울러 7년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페라리 극동·중동 지역 총괄은 “페라리 코리아의 첫 공식 행사에서 아말피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한국 고객들이 ‘라 누오바 돌체 비타’ 철학에 보여준 깊은 이해와 열정은 인상적이며, 아말피가 비교할 수 없는 감동과 즐거움을 전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말피는 페라리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디지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인간 중심의 감성과 물리적 직관을 중시하는 브랜드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강력한 퍼포먼스뿐 아니라 진정한 ‘럭셔리’가 무엇인지를 재정의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