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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 끊겨, 美-유럽 車생산 중단 위기

최원영 기자
입력 2025-10-27 03:05:39
전 세계 차량용 범용 반도체의 40%를 생산하는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의 수출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2020∼2021년 벌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유럽, 미국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이 가시화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수출 불허에 생산 차질 가시화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2∼4주 안에 심각한 생산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부품제조협회(MEMA) 스티브 호라니 부회장은 “해당 칩이 몇 개만 없어도 조립 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빌트 역시 폭스바겐이 29일부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만드는 대표 자동차 모델인 골프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두 넥스페리아의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중단된 여파다.

넥스페리아는 와이퍼를 작동시키거나 창문을 여는 등 자동차에 꼭 필요한 범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완성차 한 대에 넥스페리아가 생산한 칩 500여 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4일부터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넥스페리아 반도체 중 중국에서 만드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중국 기업인 윙테크는 2019년 36억 달러를 들여 넥스페리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경제안보를 이유로 장쉐정 윙테크 회장의 넥스페리아 지배권을 박탈하자, 중국이 여기에 반발해 수출금지 조치가 이어졌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가 23일 직접 나서 “중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 사태 장기화 시 현대차·기아 영향 불가피

한국 역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도 넥스페리아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지만, 현재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해 당장 생산 차질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는 넥스페리아 반도체를 대체하는 부품을 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과 자동차 설계 변경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장기화될 경우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완성차 기업들의 자동차 반도체 자급 상황도 주목된다. 이미 코로나19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출고가 1년 가까이 지체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는 2021년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과 함께 차량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국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민간 주도 차량용 반도체 개발 공동 대응 기구를 만들었다. 5%인 국산화 비율을 5년 뒤 10% 이상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위주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4년 전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때보다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4, 5배가량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