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에서 가동을 시작한 도요타 배터리 공장 전경. 이 공장은 도요타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운영하는 배터리 생산 기지로, 2025년 11월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도요타 홈페이지 캡쳐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도요타는 1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에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 기념식을 열고 향후 5년간 미국 내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100억 달러(약 14조 67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39억 달러를 투입한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과 별도로 진행되는 투자로, 전기차 시장 침체 속에서 하이브리드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다.
이날 테드 오가와 도요타 모터 노스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도요타 최초의 미국 배터리 공장 가동과 100억 달러 추가 투자는 우리 회사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미국과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제조업 투자로 고객과 지역사회에 대한 약속을 더욱 확고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가 투자로 도요타의 미국 투자 총액은 약 70년간 600억 달러에 달하게 됐다.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도요타의 미국 내 11번째 공장이자 일본 외 최초의 배터리 제조 시설이다. 연간 30GWh(기가와트시)를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연간 60만 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북미에 공급할 수 있으며 7만4000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4만5000대의 순수 전기차(EV) 생산을 위한 공급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켄터키와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캠리, 코롤라 크로스, 라브4 하이브리드 등에 탑재된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전기차를 합쳐 660만 대 이상을 판매해 왔다. 현재 미국에서 11종의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며 전동화 차량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테드 오가와 도요타 모터 노스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가 배터리 공장 가동 기념식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요타 공식 홈페이지 캡처.이번 투자는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고,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하이브리드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 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9% 증가한 약 161만 대를 기록하며, 7.1% 성장에 그친 전기차 판매량(약 125만 대)을 크게 앞질렀다. 현재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 중 약 절반이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로, 이는 업계 평균의 약 2배 수준이다. 캠리 세단과 시에나 미니밴 같은 인기 모델들은 이미 100% 하이브리드로만 판매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미국 최다 판매 모델인 RAV4도 전량 하이브리드로 전환된다.
이처럼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도 북미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4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2만2486대로 전년 대비 21.2%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판매량은 25만4757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으며, 3분기(7~9월)에는 9만 58대를 판매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는 9월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종을 18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꺾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