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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라디에이터 그릴 떠난 자리에…모플랫, ‘퀀텀닷 라이팅’ 구현[MoTech열전]

김도형 기자
입력 2025-11-16 09:00:00 업데이트 2025-11-16 13:07:19
키드니, 크레스트, 세븐 슬롯, 스핀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단어겠습니다. 차량 전면 좌우에 자리 잡은 전조등 사이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에 붙은 이름들인데요.

키드니 그릴은 ‘콩팥’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콩팥과 비슷한 디자인의 그릴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그릴입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독일 BMW의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크레스트 그릴은 제네시스가 브랜드 엠블럼을 형상화한 방패 형태의 그릴로 활용 중이고, 지프는 7개의 세로 슬릿을 나란히 배치한 세븐 슬롯 그릴을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쓰고 있는데요.

스핀들 그릴은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꼽힙니다.

모플랫이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를 활용해서 구현한 라이팅 솔루션 ‘LiTQ’의 이미지. 모플랫 제공모플랫이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를 활용해서 구현한 라이팅 솔루션 ‘LiTQ’의 이미지. 모플랫 제공

● 전기차에선 라디에이터 그릴 필요성 사라져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연기관차가 가열된 엔진과 냉각수를 식히기 위해 공기를 흡입하는 통로에 놓이는 부품입니다.

기능적으로는 평이하지만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로 꼽히는데요.

문제는 엔진이 사라진 전기차에서는 이 그릴의 역할이 애매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 차 업계에서는 앞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이 놓이던 자리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모플랫, 퀀텀닷 LED로 ‘라이팅 솔루션’ 구현 목표

이런 가운데 현재 가장 대표적인 아이디어는 바로 ‘라이팅’입니다.

차량 전면부에 배치되는 기존의 헤드램프, 주간주행등(DRL), 방향지시등을 함께 통합하는 일종의 조명 시스템으로 차량 전면부를 구성하는 구상입니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체화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스타트업 ‘모플랫(MOPLAT)’이 대표적인데요.

2021년 6월 설립돼 최근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기업입니다.

모플랫은 차세대 광원으로 꼽히는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를 세계 최초로 라이팅에서 구현하면서 자동차의 디자인을 뒤바꿔놓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수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로, 전기나 빛의 자극에 특정 파장의 빛을 매우 순수한 색으로 방출하는 자발광 소재로 QLED TV와 같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먼저 알려진 QD를 활용한 라이팅을 모빌리티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인데요.

모플랫의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가 실제로 빛을 내는 모습. 모플랫 제공모플랫의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가 실제로 빛을 내는 모습. 모플랫 제공
차량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차량용 라이팅은 고속으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성능을 발휘하는 고도의 신뢰성과 더불어 극한의 온도 변화까지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도 쓰이면서 높은 휘도, 자유로운 디자인 변형, 고화질 구현 능력까지 요구되는데요. 그래서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은 영역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가운데 QD는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광원 소재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모플랫의 설명인데요.

나노결정 기반의 자발광 소재인 QD는 좁은 스펙트럼 대역폭과 정밀한 파장 제어, 높은 양자 효율을 바탕으로 선명한 색감, 뛰어난 에너지 효율, 유연한 디자인, 높은 내구성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발열이 작으면서 빛이 균일하게 퍼지는 면발광 특성 덕분에 플라스틱 광학 부품이나 확산판, 방열판 등 추가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줍니다.

슬림한 경량화 설계가 가능해 전기차 시대를 맞아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는 모빌리티 수단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특징들인데요.

모플랫은 자신들의 스마트 라이팅 솔루션 ‘LiTQ’를 발표하고,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차량용 QD-LED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김태웅 모플랫 대표(41)는 “QD-LED는 기존 LED와 OLED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차량용 고성능 광원으로, 통합 라이팅 솔루션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 및 유럽 자동차 기업과의 심도 깊은 협업 논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플랫의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는 투명한 발광면 구현이 가능해 자동차 유리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모플랫 제공모플랫의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는 투명한 발광면 구현이 가능해 자동차 유리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모플랫 제공
● QD-LED 패널 생산 공장 신설 계획

이와 더불어 모플랫은 ‘조명 중심 통합 HMI(Human-Machine Interface) 시스템’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요.

차량 전면과 후면은 물론 실내를 포함하는 전 영역의 조명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제어하고 OTA(Over The Air, 무선 업데이트) 기능까지 적용하는 개념을 ‘LiTQ’를 통해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차량 라이팅 분야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완성차사에 제공하면서 사용자 경험까지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다수의 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세계 최초로 차량용 QD-LED를 개발해 자발광 특성을 가진 광원 및 디바이스에 대한 특허를 낸 모플랫은 2028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차량용 ‘QD 라이팅’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내년에는 부산 기장군에 약 1만㎡ 규모의 QD-LED 패널 생산 공장 신설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연간 30만 대 이상의 양산차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규모인데요.

상용화가 이루어진 OLED와 달리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QD-LED가 실제 양산되는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한 첫걸음인 셈입니다.

김 대표는 “퀀텀 닷 입자의 크기와 성질을 조절하여 광원의 특성을 만들기 때문에, 자동차 라이팅용 소재 뿐만 아니라 근적외선(NIR) 및 단파 적외선(SWIR) 발광-흡광 반도체까지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카메라 및 방산 부품용 고성능 적외선 센서 시장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플랫의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이 보여주는 붉은 색은 차량용 라이팅의 요구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휘도와 색 구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모플랫 제공모플랫의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이 보여주는 붉은 색은 차량용 라이팅의 요구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휘도와 색 구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모플랫 제공
● 미래차의 얼굴은 ‘천변만화’할 듯

물론, 이처럼 ‘라이팅’을 활용하는 것만이 기존 라디에이터 그릴의 유일한 대안은 아닙니다.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여러 브랜드가 이미 각자의 방식을 보여준 바 있는데요.

공기 저항을 낮추기 위해 전면을 패널로 막으면서 라디에이터 그릴과 유사한 디자인 장치로 남기는 경우와 라이팅에 자율주행 보조기능을 위한 센서까지 함께 통합한 패널로 대체하는 경우 등입니다.

전기차 확산을 선도해 온 브랜드 테슬라는 별다른 장치 없이 전면부를 밀폐하고 작은 수납공간, 이른바 ‘프렁크’를 숨기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화 흐름 속에 자율주행과 통신 기능이 강화되는 흐름을 감안하면 차량의 전면은 조명-센서-디스플레이 통합 장치로 변모해 나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자동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부에 고전적인 디자인을 담은 고정 부품 대신 화려한 라이팅 혹은 디스플레이 장치가 놓이면서 시시때때로 다른 장면을 연출해 내는 미래를 기대해 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플랫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 기술을 중심으로 부스를 마련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사와 부품사의 관심을 모았다. 모플랫 제공모플랫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자발광 퀀텀닷 LED(Quantum Dot LED, 양자점 발광 소재)’ 기술을 중심으로 부스를 마련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사와 부품사의 관심을 모았다. 모플랫 제공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