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철수 우려, 행동으로 없애겠다”…SUV 200만대 수출한 한국GM의 약속

이원주 기자
입력 2026-04-30 14:42:17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한국GM) 창원공장. 약 4만8000㎡ 규모의 차체공장 내부에는 간간이 불꽃이 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노란색 로봇팔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차의 천장과 몸체, 바닥 등을 용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쉐보레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랙스)’의 차체와 천장 등을 쉴새 없이 용접해 차체를 완성하는 공장이다.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의 차체공장 내부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용접 로봇이 차체를 용접해 이어붙이고 있다. 한국GM 제공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의 차체공장 내부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용접 로봇이 차체를 용접해 이어붙이고 있다. 한국GM 제공
축구장 7개 면적에 해당하는 넓이지만 공장 안에 근무하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한 곳에 서서 둘러보면 한두 명이 보일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다. 모든 용접 과정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총 627대의 용접 로봇이 차 1대 당 3650곳의 용접 지점을 오차 없이 균일한 품질로 자동 용접한다.

차체공장은 한국GM의 자동화 조립 공정이 집결된 공장이다. 공장 한 쪽에는 로봇팔 5대가 손바닥보다 작은 부품들을 정확하게 집어올린 뒤 지정된 위치에 조립해 헤드램프를 차체에 고정하는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사람 도움 없이 부품을 로봇만으로 조립하는 공정이다. 부품 상자에 부품이 떨어지면 이를 인식하고 스스로 교체하기도 한다.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의 조립공장 내부에서 차량 하부 조립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불편한 자세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컨베이어벨트가 차를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GM제공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의 조립공장 내부에서 차량 하부 조립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불편한 자세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컨베이어벨트가 차를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GM제공
이 같은 자동화 공정은 2022년 한국GM이 신차 생산 공정 시설을 완성하고 2023년 2월부터 트랙스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 가동됐다. 차체공장에서 완성된 차체에 내장 및 엔진 등 부품을 장착하는 ‘조립공장’에도 자동화 공정은 곳곳에서 가동 중이었다. 특히 차체에 타이어를 부착하는 작업을 로봇이 사람 도움 없이 진행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기존에는 15~20kg 무게의 타이어를 사람이 들어올려 차에 걸친 뒤 무거운 렌치 기계를 끌고와 너트를 조여야 하는 작업이었다. 로봇이 할 수 없는 복잡한 조립 공정을 거칠 때에도 컨베이어벨트가 차의 높이를 근로자가 일하기 편한 위치까지 들어올리거나 내리는 등 높이를 자동으로 조정해줬다.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의 조립공장 내부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이 타이어를 차에 장착하고 있다. 이 자동화 설비는 전 세계 GM 공장 중 창원공장에 최초로 적용됐다. 한국GM 제공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의 조립공장 내부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이 타이어를 차에 장착하고 있다. 이 자동화 설비는 전 세계 GM 공장 중 창원공장에 최초로 적용됐다. 한국GM 제공

총면적 73만㎡의 한국GM 창원공장은 1990년대 티코를 생산하던 공장이다. 이후 2022년까지 다마스와 라보 등을 생산했다. 하지만 GM 미국 본사에서 2022년 총 3조 원을 한국에 투자하면서 창원공장에도 9000억 원을 들여 첨단 생산 시설을 구축한 뒤 2023년 2월부터 트랙스를 전담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 직후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트랙스는 단숨에 인기 차종이 됐다. 현대자동차나 기아를 제치고 3년 연속 단일 모델 기준 승용차 수출 1위가 됐고, 미국에서도 소형 SUV 시장에서 27%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순항 중이다. 지난해 미국에만 26만4885대가 팔렸다.

29일 경남 마산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량 약 6000여 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마산항은 하루 2000대를 선적할 수 있는 화물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 차들은 빠르면 3일 안에 해외 각지로 수출된다. 한국GM 제공29일 경남 마산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량 약 6000여 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마산항은 하루 2000대를 선적할 수 있는 화물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 차들은 빠르면 3일 안에 해외 각지로 수출된다. 한국GM 제공
실제 29일 찾은 마산항(가포신항)에는 수출을 기다리는 트랙스 약 6000여 대가 도열해 있었다. 강선일 한국GM 구매부문 부사장은 “마산항에서는 하루 최대 2000대의 차를 배에 선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 물량은 3일 안에 모두 수출된다”며 “창원공장에서는 생산력이 시간당 60대 수준이지만 미국에서 워낙 잘 팔려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9일 경남 마산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량 약 6000여 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마산항은 하루 2000대를 선적할 수 있는 화물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 차들은 빠르면 3일 안에 해외 각지로 수출된다. 한국GM 제공29일 경남 마산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량 약 6000여 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마산항은 하루 2000대를 선적할 수 있는 화물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 차들은 빠르면 3일 안에 해외 각지로 수출된다. 한국GM 제공

특히 최근 트랙스 누적 생산량이 100만 대,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까지 합치면 누적 생산 200만 대를 넘어서면서 한국GM 창원공장 직원들은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트랙스는 한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해 쉐보레 로고를 달고 수출되는 차다. 이 차의 성공으로 한국GM은 2023년 1조4900억 원, 2024년 2조2000억 원, 지난해 43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연이어 흑자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GM은 지난달 미국 본사로부터 총 88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며 설비를 보강할 수 있게 됐다. 한국GM은 이 중 절반을 최신형 프레스 기계를 도입하는 등 생산 시설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소형 차종 중심이었던 생산라인을 대형차까지도 넓힐 수 있게 된다. 이동우 생산부문 부사장은 “현재 트랙스 인기가 좋기 때문에 생산을 한동안 계속 이어갈 예정이지만, 창원공장은 언제든 미래 차종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에서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부사장이 2020년 GM 본사의 투자 이후 한국사업장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GM 제공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에서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부사장이 2020년 GM 본사의 투자 이후 한국사업장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GM 제공
잇따른 투자로 한국GM은 ‘철수설’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11년 만에 배당도 실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부사장은 “시장이 불안하게 느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행동으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고 있다”며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 한국이 글로벌 GM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허브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