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 내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자, 단층 구조의 거대한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에서 바라본 공장 한쪽 전면에는 ‘HYUNDAI MOTOR GROUP(현대자동차그룹)’ 표시가 크게 부착돼 있었다. 여의도 4배 면적 크기(1176만㎡)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이하 메타플랜트)’다. 2022년 10월 기공식을 연 이후 2년 반 만인 27일(현지 시간) 준공식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우리는 모빌리티 미래에 밝은 전망을 갖고 있다. 그 미래를 미국에서 함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조현동 주미 대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에게 직접 생산 라인을 소개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기아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생산하는 GV70 전동화 모델, EV9, 아이오닉5가 함께 전시됐다. 미국 내 3대 생산 거점을 강조한 셈이다.
● “20만 대 생산 증설, 추가 공장 짓는 수준”

메타플랜트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정책 대응,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자동차 벨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자국 내 생산을 늘려 미국 내 투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메타플랜트에만 투입된 현대차그룹 투자금은 80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로 현지 채용 인력만 8500명 수준이며 계속 채용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31조 원 대미 투자 발표 현장에서 현대차그룹을 ‘훌륭한(Great) 기업’이라 지칭하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날 “관세 발표 이후에 계속 협상을 개별 기업으로도 해나가고 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가 이제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생산량 한도도 현재 30만 대에서 50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생산량 20만 대 증설은 사실상 생산 시설을 추가로 한 곳 더 짓는 수준의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며 “신규 공장을 준공하는 자리에서 추가 증설 발표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120만 대 생산 체계가 구축되면 지난해 미국 판매 물량(170만 대) 기준으로 미국에 판매된 현대차그룹 차량 70% 정도가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이다. 즉 미국 판매 10대 중 7대는 관세를 물지 않게 되는 셈이다.
● 철강부터 부품, 조립까지 완성된 車 벨류체인

메타플랜트 생산 시설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생산 전 과정에 투입돼 품질을 관리하고 고중량·고위험 작업에서는 로봇이 투입돼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고중량 차량 문 장착 공정을 로봇이 완전 자동화하고 있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도장 품질을 로봇이 차체 1대당 약 5만 장의 이미지를 촬영 및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현대차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메타플랜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엘라벨=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