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첫 순수 전기차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는 활용성이 뛰어난 풀사이즈 SUV라는 점과 플래그십 가솔린 세단 이상의
승차감 및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펀드라이빙 능력을 갖췄다는 점, 공인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307km) 이상의 실 주행거리를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제공|아우디코리아
플래그십 전기차의 완성도와 성능이 자동차 브랜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대가 됐다.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에서 플래그십 전기 SUV를 속속 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BMW, 벤츠에 이어 독일 3사중 가장 늦게 100%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아우디의 전기차는 무엇이 다를까. 후발 주자인 만큼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 아우디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이하 e-트론)’를 강원도 홍천 일대 약 17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플래그십 전기차를 소유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아우디 e-트론을 시승한 후 느낀 매력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활용성이 뛰어나고 시장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풀사이즈 SUV라는 것, 전자식 콰트로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해 플래그십 가솔린 세단 이상의 승차감과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펀드라이빙 능력을 갖췄다는 것, 효율이 매우 뛰어난 회생제동 시스템을 탑재해 공인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307km) 이상의 실 주행거리를 보여준다는 점이다.먼저 차체 크기를 살펴보면 아우디 e-트론은 중형 SUV인 Q5보다 크다. e-트론의 전장은 4900㎜, 전폭은 1935㎜, 전고는 1685㎜, 휠베이스는 2928㎜이며, Q5 의 전장은 4665㎜, 전폭은 1900㎜, 전고는 1670㎜, 휠베이스는 2821㎜로 확실한 체급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앉아본 실내는 완전한 풀사이즈 SUV급은 아니지만 중형 SUV 이상의 넓은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e-트론에는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차량의 전방 및 후방 액슬에 각각 탑재되어 합산 최고 출력 360마력(부스트 모드 사용시 408마력)과 57.2kg.m(부스트 모드 사용시 67.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은 최대 토크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엔진 회전수를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속도에 관계없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거의 즉시 최대 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실제로 체감되는 가속 성능은 이 차의 제로백(6.6초)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얹었다 싶은데 속도계는 어느새 고속도로 제한 속도에 다가가 있을 정도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살 때 반드시 그만한 드라이빙 능력을 먼저 갖춰야 하듯이, 이 정도의 고성능 전기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스포츠 드라이빙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트론을 위해 개발된 전자식 콰트로(상시 4륜구동)와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만들어낸 주행 안정성, 승차감도 놀라운 수준이다. 그 어떤 엔진 소음도 없는 전기차의 장점에 주행 스타일에 따라 차체 높이가 최대 76mm까지 자동 조절되는 에어서스펜션의 안락함이 더해져 플래그십 세단인 S8을 능가하는 승차감을 보여준다. 로드노이즈와 윈드노이즈도 완벽한 수준으로 차단된 덕분에,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나 홀로 도로 위를 고요하게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실내모습. 사진제공|아우디코리아
세계 최초로 양산차 모델에 적용한 버츄얼 사이드 미러도 e-트론을 경쟁 모델과 차별화 해주는 요소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가 달려있고, 후방 영상은 실내 양쪽에 배치된 OLED 디스플레이 버츄얼 미러를 통해 비춰준다. 처음에는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 대한 적응은 10분 정도면 충분했다.
회생제동 시스템도 경쟁사 대비 한 단계 위에 있다. 양산차 가운데 최초로 새롭게 개발된 브레이크-바이-와이어(brake-by-wire)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회수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회생제동 패들 쉬프트나 엔진 브레이크 사용시는 물론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에도 에너지가 회수되는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 공인 전비는 3.0km/kWh이지만 실제 주행 전비는 약 4.2km/kWh를 기록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제동을 하며 회생제동이 이뤄질 때 이질감이 느껴지곤 하는데, e-트론은 일반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이 차이를 줄여 더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e-트론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 전기 SUV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1억1700만 원)이 걸림돌이지만, 내년에는 뛰어난 가성비의 소형 SUV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를 가져 봐도 좋겠다.
홍천|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