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코나 © 뉴스1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국토교통부가 8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인 코나EV의 자발적 제작결함시정(리콜) 조치를 발표하며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를 언급하자 배터리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코나EV 차주들도 “배터리가 문제라면 현 리콜 방침은 잘못됐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9일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국토부 발표 후에야 배터리 결함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다양한 화재 원인 중 제조 공정상 품질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화재가 났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국토부 발표 직후 긴급회의 후 두 시간여 만에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현대차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LG화학 관계자는 “코나EV 용 배터리 셀을 생산한 중국 난징 공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을 비롯해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배터리 셀도 생산하고 있지만 특별한 문제는 아직 없었다”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통상 화재 원인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번 발표가 성급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명성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발표인데 좀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이번 발표를 앞세워 한국 배터리 회사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나EV 일부 차주들도 자체 커뮤니티 등에서 국토부와 현대차의 대처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 발표를 보면 배터리 자체의 결함으로 보이는데, 왜 배터리 교환에 준하는 조치가 없느냐’는 것이다. 현대차는 코나EV에 대한 리콜 조치로 고전압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BMS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배터리 문제 발생시 경고등이 켜지면서 충전이 중단되고, 시동이 걸리지 않아 화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어 현대차는 업데이트 이후에도 문제가 이어지면 배터리를 교환해주겠다는 방침이다.
한 차주는 “바로 배터리를 교환해주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만 하겠다는 것은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차주들은 △BMS 업데이트를 하면 항속거리(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가 줄어드는 현상 △전기차 전용 냉각수 문제로 인한 화재 가능성 △배터리를 둘러싼 케이스의 깨짐 현장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 최근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논란에 대한 명확한 답변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인한 항속거리 감소나, 냉각수 문제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다음주 북미 시장에서도 동일한 리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현재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진행하고 있는 결함조사에도 충실히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BMW 화재 조사도 1년 이상이 걸렸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데 특정 원인을 유력하게 지목해 오히려 논란을 키운 것 같다”며 “소비자 안전과 배터리 산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신중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서동일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