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3분기(7∼9월)에 2조 원대의 품질 비용을 반영하면서 3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1조 원대의 품질 비용이 발생한 기아자동차는 19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비록 만족스러운 실적은 아니지만 두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현대차는 3분기 3138억 원의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연결 기준 분기 영업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행 중 시동 꺼짐 등 결함 논란을 불렀던 ‘세타2GDi(세타2)’ 엔진의 추가 품질 비용(충당금)으로 2조1000억 원을 반영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 관련 충당금은 선제적인 고객 보호와 함께 미래에 발생 가능한 충당금 상승분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반영했다”며 “해당 품질 비용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와중에서 현대차는 3분기 국내외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감소한 99만7000여 대(도매 판매 기준)를 판매했다. 해외 판매량은 79만8000여 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0% 감소한 반면에 국내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에 따른 수요 회복과 G80, 아반떼 등 신차 판매 호조로 지난해보다 21.9% 증가한 19만9000여 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 대수는 줄었어도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현대차 매출액은 27조575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이날 기아차도 연결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95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3.0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아차 역시 매출은 16조32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하는 등 판매 실적은 좋았지만 1조2600억 원의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흑자 폭이 크게 줄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올해 코로나19의 타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수익성 향상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3조 원이 넘는 품질 관련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두 회사 모두 손에 꼽힐 만한 영업 실적”이라며 “탄탄한 내수 판매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를 늘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내년에 제네시스 브랜드 진출을 공식화했다. 내년에 전용 전기차를 비롯한 4종류의 신차를 출시하고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가세해 판매량 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음 달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참가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를 미리 소개하고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