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신형 전기차 Q4 e트론이 제주도 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제공
아우디가 국내 시장에 새로 선보인 전기차 Q4 e트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내연기관차 같은 전기차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우디를 포함한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이 추구해왔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우디 Q4 이트론은 폭스바겐그룹과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적용한 차량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전장(앞뒤 길이)은 4590㎜, 높이 1640㎜다. 전장 4515㎜, 전고 1580㎜인 제네시스의 전기차 GV60보다 크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길이)가 2765㎜로 GV60(2900㎜)보다 짧지만, SUV다운 디자인이 적용된 만큼 실내 공간이 좁지는 않았다. 보통 체격의 성인 남성이 뒷좌석에 탑승해도 머리나 다리 공간에 여유가 있는 만큼 4인승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었다.
차량 전면부에는 아우디 브랜드의 특징인 8각형 그릴이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반영된 전면 및 측면 라인들도 어색하지 않았다. 아우디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다소 뭉특한 인상을 줬지만, 공기 저항 계수(cd) 0.28로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보다 날렵한 인상의 Q4 스포트백 e트론의 공기 저항 계수는 0.26으로 더 낮았다.
제주도의 한 카페에 전시된 Q4 스포트백 e트론. 제주=이건혁기자 gun@donga.com
지난달 25일 Q4 e트론을 타고 제주도 약 67㎞ 구간을 시승했다. 부드럽게 출발한 차량은 이내 운전자에게 내연기관 아우디 차량과 비슷하게 단단하면서도 묵직한 주행 감각을 전해줬다. 후륜 구동 차량으로, 최고 출력 150kW(킬로와트)의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0㎞로 제한돼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제로백)하는데 8.5초가 걸린다. 빠른 가속력, 꿀렁거리는 느낌의 브레이크 등 전기차의 특징을 최소화했다. 외부 소음이 잘 차단돼 정숙함이 강화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제주도의 특성상 바람이 수시로 강하게 불었음에도 바람 소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아우디 관계자는 “내연기관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Q4 e트론에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계기판, 중앙부 화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은 운전자 친화적으로 설계됐다. 특히 HUD는 차선 이탈 여부, 앞 차량과의 간격, 주행 경로 표시 등을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해줘 다른 완성차 브랜드의 HUD에 비해 만족감이 컸다. 다만 전면부 조작 버튼들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워 조작에 불편했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아우디 Q4 e트론 내부. 제주=이건혁 기자 gun@donga.com
82kWh(킬로와트시)의 배터리를 탑재한 Q4 e트론은 복합 전비 1kWh당 4.3㎞,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68㎞다. 함께 출시된 Q4 스포트백 e트론의 전비는 1kWh당 4.1㎞,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57㎞. 하지만 실제 주행 시에는 이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우디 측은 “Q4 이트론 역시 다른 전기차처럼 회생 제동을 활용하고, 정속 주행을 하면 전비가 향상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주행 성능과 효율, 다양한 편의장치 등을 감안했을 때 아우디 Q4 e트론은 수입 전기차 중 높은 완성도를 갖춘 차량이다. 이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Q4 e트론은 △기본 5970만 원 △프리미엄 모델 6670만 원이다. 하지만 겨울철 주행 거리가 상온 대비 70% 이상이 되어야 하는 환경부 인증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서 국고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함께 출시된 Q4 스포트백 e트론은 국고 보조금의 50%를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Q4 스포트백 e트론 △기본 6370만 원 △프리미엄 7070만 원이다.
제주=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