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을 놓고 기업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도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5일 이마트와 손잡고 전국 30여 개 점포에 100kW(킬로와트) 급속 충전기와 7kW 완속 충전기를 설치했다고 5일 밝혔다. LG전자가 올 5월 본격적인 충전기 생산에 나선 이후 납품 사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설치를 완료한 점포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으로도 전기차 충전기 도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전기차 충전기 관리 솔루션 사업에 주력해 오다가 지난해 충전기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하이비차저(옛 애플망고)를 GS그룹과 공동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이번 이마트와의 협력에서 전기차 충전기와 연동하는 클라우드 기반 통합 관제 솔루션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전국 매장 내 충전기 현황을 한눈에 파악해 원격 관리할 수 있고 고객 편의를 위해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앱)과도 연동할 예정이다.
LG와 하이비차저를 함께 인수한 GS도 GS에너지와 GS칼텍스를 앞세워 충전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충전 서비스 전문 회사인 차지비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자회사 GS커넥트와 차지비의 합병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두 회사가 운영하는 충전기 대수는 GS커넥트 2만4000대, 차지비 1만9000대로 합치면 관리 부문 시장 점유율 20%가 돼 업계 1위다.
SK시그넷은 대영채비, 이브이시스(옛 중앙제어)와 함께 충전기 제조 국내 ‘빅3’ 업체로 꼽힌다. 전체 매출의 8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해외 비중이 높지만 연내 국내에도 40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출시해 내수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이브이시스를 인수해 제조 역량을 확보했고 마트, 백화점, 호텔 등 그룹 유통 계열사와의 연계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025년까지 전국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에 전기차 충전기 1만3000대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돼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지난해 6000억 원에서 2030년 6조3000억 원으로 10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정부도 2030년 전기차 420만 대 시대에 대비해 충전기 123만 대 이상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부는 충전기 구축 지원을 위한 내년 예산을 전년 대비 44% 늘어난 4365억 원으로 책정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