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널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모셔널 홈페이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에 대해 1조2000억 원대 추가 투자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현대차도 더 힘을 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테슬라도 최근 하반기(7∼12월) 무인 로보택시 공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차 시대 주도권을 두고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앱티브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모셔널의 지분 매각과 유상 증자 계획을 밝혔다. 모셔널은 2020년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공동 설립(지분 비율 각각 50%)한 자율주행 회사다. 5월 중 실행될 것으로 알려진 모셔널의 전체 유상 증자 규모는 6630억 원으로 현대차(3450억 원), 기아(1860억 원), 현대모비스(1320억 원) 등 3사가 분담한다.
여기에 3사는 앱티브의 모셔널 지분 11%(6250억 원)도 사들인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지분은 66.8%로 올라간다.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원 및 주도하기 위해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단행한 추가 투자 금액은 1조2880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측은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선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모셔널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했다. 모셔널은 지난해 말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5로 만든 무인 로보택시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부터 고도화된 자율주행기능인 ‘FSD’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테슬라는 올해 8월 이 기술에 기반한 무인 로보택시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내 데이터 안전 검사를 외국 기업 최초로 통과하면서 중국 현지에 FSD를 선보이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서 창안자동차, 지리자동차, 상하이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화웨이, 바이두 등 자국 정보기술(IT)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고도 자율주행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폭스바겐 또한 지난해 SW 자회사 카리아드를 통해 24억 유로(약 3조5117억 원)를 들여 중국 자동차 칩 개발사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현지 맞춤형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2월 애플이 10년간 공들여온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의 개발을 중단하는 등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장의 일부 회의적인 반응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결국 미래는 자율주행으로 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CMI)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9.9%의 성장률을 보이며 1조5337억 달러(약 2090조 원) 규모로 커진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은 로보택시, 관련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유료화 등 사업적 확장성도 큰 기술”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엇갈린 행보가 향후 기업들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가를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