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4일 예정된 대중 관세 발표에서 전기차 외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해 수년간 검토한 뒤 내놓는 조정안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더 확실한 견제책을 내놓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 싸도 너무 싸다… 머스크도 경고
하지만 중국이 파격적 저가 전기차 생산에 나서자 미 자동차 업계 내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70만 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셰보레 볼트’는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아도 2만 달러(약 2740만 원)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과)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demolish)”이라고 말했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도 중국 저가 전기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수 부진 속에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미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웬디 커틀러 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관세 인상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산업이 중국 공세에 사실상 멸종된 태양광 산업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과 같은 고율 관세 정책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 美 대선 앞 무역전쟁 확대 예고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약했지만 재집권하더라도 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IRA로 이미 미국인 10만 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이런 규칙은 수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