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풉, 비야디(BYD)요?”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 블룸버그TV 기자)“하하하하하… 그 회사 차 본 적은 있으세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2011년 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비웃었다. 기자가 “왜 자꾸 웃느냐”고 되물었을 정도.
그랬던 머스크는 지금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실적발표에서 “(중국에)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에 관세를 높여달라고 대놓고 요청한 것이다.
전 세계 전기차(EV) 리더십을 이끌어 온 테슬라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는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 판매에서 비야디에 추월당했다. 테슬라는 비야디보다 4만1900여 대 적은 48만4500여 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했다.
올해 1분기 테슬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5% 감소한 38만6800여 대를 판매했다고 지난달 2일(현지 시간) 밝혔다. 비야디(순수 전기차 약 29만 대)는 다시 제쳤지만, 시장 예상치(45만7000여 대)에 크게 못 미쳐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5% 가까이 빠졌다. 테슬라 전기차 인도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이 부진한 테슬라는 직원 중 10%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머스크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다음 성장 단계를 준비하려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을 엄격하게 재검토했고, 직원을 10%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슬라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4만473명 수준이다. 1만4000여 명이 감원 대상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2월에도 전체 직원의 4%를 정리해고했다.
일부 핵심 임원들도 회사를 떠났다. 2010년 테슬라에 합류해 ‘차기 CEO’로 꼽혀온 재커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해 8월 사임했다. 드류 바글리노, 로한 파텔 부사장도 각각 18년, 8년 만에 최근 테슬라를 떠났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초 250달러 수준에서 4월 말 13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테슬라 주가는 (여러 번 비행기 사고를 낸) 보잉보다 더 떨어졌다. S&P500 지수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 중”이라며 “테슬라 차량의 문이 터지진 않았지만(보잉의 비행기 문짝 사고를 비유), 바퀴에 흔들림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부진한 이유
전반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열기가 식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2022년에도 62%나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21%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여전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모양새다.지난해 4분기 미국 신차 판매량의 8%가량이 전기차였다. 하지만, 성장 추세는 꺾인 듯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60%), 2023년(47%)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중국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 승용차협회(PCA)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출하량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96%, 36% 증가했었다. PCA는 올해 중국 전기차 출하량이 전년보다 25%가량 많은 1100만 대 수준으로 예측했다.
첨단 기술 국가들의 전기차 확산세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한국 역시 6.2%로 아직 전기차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실리콘밸리 기술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 박사의 ‘캐즘이론(Chasm Theory)’에 따르면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처음 관심이 몰리다가 어느 순간 깊은 계곡을 지나는 것처럼 정체기를 거치고 그다음 급속히 대중화된다.
현재 전기차 시장이 계곡을 지나는 시점에 있다는 분석이다. 얼리어답터 중에 전기차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의미다. 충전 같은 인프라 문제나 화재 우려 등이 사라지면 전기차가 급속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장의 수요는 예전만 못하지만,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미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현재 출시된 전기차 모델만 50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220여 개가 나왔고, 올해도 약 180개의 신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번스타인은 예상했다.
테슬라가 특정 모델에만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는 5개의 모델(사이버트럭까지 포함)만 제조하는데, ‘모델3’와 ‘모델y’의 판매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력 모델들이 식상해지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모델3는 2017년에, 모델y는 2020년에 출시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업계에선 디자인을 2~4년마다 페이스리프트하고, 4~7년마다 풀체인지하는 것이 경험칙”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1분기 미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은 약 51%로 전년 동기(62%)보다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엑스)
‘테슬라 킬러’의 등장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들과의 경쟁이 가장 큰 부담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약 절반이 중국 브랜드다. 가격 경쟁력에서 차이가 크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의 가장 저렴한 모델(시걸)은 1만 달러(약 1370만 원) 수준. 테슬라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y(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림)의 미국 가격은 세금 공제까지 하면 3만5000달러(약 4800만 원)다. UBS는 “평균적으로 중국 전기차는 북미, 유럽 브랜드에 비해 25% 이상 가격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지난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할 때마다 판매가 반짝 늘었지만 마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중국 전기차가 대체로 저렴한 배경에는 배터리가 있다.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에는 리튬, 코발트, 망간, 희토류 같은 소재가 들어가는데 중국 정부가 재료의 채굴과 가공 등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셀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테슬라를 추격한 데에는 정부의 지원이 컸다. 전기차 대중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한 중국 정부는 보조금으로 자국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10년 동안 전기차 가격을 최대 6만 위안(약 1130만 원)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해줬다. 전기차 제조업체에도 보조금을 직접 지급했다. 이 덕분에 중국에는 전기차 업체가 500개가 넘기도 했다. (지난해 100여 곳으로 줄었음) 중국 전기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급과 수요를 모두 챙긴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 등에 보조금으로 약 1730억 달러(약 239조 원)를 지출했다고 분석했다.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구축했다. 중국에는 현재 630만 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중국의 비야디 역시 중국 정부로부터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고 성장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비야디는 2018∼2022년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약 35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를 받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국이 테슬라 킬러, 비야디를 만든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2년간 비야디는 10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며 “비슷한 사례로 미국에서 1년 동안 판매 100만 대를 달성한 자동차 제조사로 GM이 있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으로 4년 동안 중단했던 자동차 판매를 재개한 직후였다”고 전했다.
비야디 전기차 ‘한’
버핏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가 될 것”
비야디는 원래 배터리 회사였다. 1993년 중국 베이징 유색금속연구원은 선전에 배터리 회사를 설립했는데, 중난대(배터리 화학 연구로 유명)에서 야금물리화학을 전공한 왕촨푸(王傳福) 연구원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그는 배터리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연구하고 있었다.그런데, 회사에서 배터리 산업의 비전을 본 왕촨푸는 얼마 안 돼 사직서를 던졌다. 직접 배터리 회사를 차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부동산 사업을 하던 사촌 형에게서 돈을 빌려 1995년 창업했다. 회사명은 사무실이 있던 중국 선전시 야디촌에서 따왔다. 알파벳 목록의 앞에 들기 위해(판촉을 고려해) 별 뜻 없는 ‘비(bi)’를 ‘야디’ 앞에 붙였다. (비야디의 회사 슬로건인 ‘Build Your Dreams’는 나중에 꿰맞춘 것이다)
비야디는 휴대전화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주로 제조했다. 왕촨푸는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하며 니켈 카드뮴 전지부터 리튬 배터리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려고 애썼다. 그 덕분에 모토로라와 일본 소니, 산요전기 등에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었다.
비야디는 2003년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갑자기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자동차라니. 투자자들이 크게 반대했고 주가도 급락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에 경험이 전혀 없었던 비야디는 예상대로 사업 운영에 애를 먹었다. 결함이 있는 자동차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고물차를 만든다”는 평을 받았다. 2007년 비야디는 광저우 모터쇼에서 신형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고르지 않은 도색과 제대로 맞지 않는 문짝으로 망신당하기도 했다. (비야디 차를 비웃은 사람은 머스크가 처음은 아니었다)
배터리 전문가였던 왕촨푸는 2008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신차 ‘F3DM’을 선보이며 반전을 꾀했다. 왕촨푸와 비야디를 눈여겨본 인물이 있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절친인 찰리 멍거 버크셔헤서웨이 부회장(1924~2023)이다.
버크셔헤서웨이는 2008년 멍거의 주도로 당시 잘 알려지지 않던 비야디에 50억 달러(약 6조7500억 원)를 투자했다. 멍거는 “왕촨푸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섞어놓은 것 같은 사람”이라며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을 설득했다.
사실, 멍거는 처음 ”파산한 자동차 회사를 왜 사려고 하느냐. 무덤으로 향하는 길”이라며 비야디의 시안친촨자동차 인수를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왕촨푸의 추진력과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출시 등을 보면서 투자를 주도했다. 버크셔헤서웨이가 비야디에 투자한 뒤, 버핏은 “전기차 시대에서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멍거는 2022년 한 팟캐스트에서 “비야디는 그야말로 기적”이라며 회사의 성장을 기뻐했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왼쪽)이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미국에서 만나 기념품을 주고받는 모습.
수직 통합이 가장 잘 돼 있는 회사
테슬라가 고가 세단을 내놓을 때 비야디는 ‘통근 버스’와 중저가 승용차 시장부터 공략했다. (F3DM이 해외에서 관심을 못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2009년부터 전기버스 양산을 시작한 비야디는 2010년 후난성에서 1000대를 수주받았다. 비야디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에도 전기버스를 수출했다. NYT는 “회사원들을 전기버스에 태우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나 수용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전기차 충전기, 전기 지게차, 에너지 저장 장치 등 판매도 다각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에서도 혁신을 꾀했다. 알파로메오, 아우디, 세아트 등에서 책임자로 일했던 글로벌 디자이너 울프강 예거를 수석 디자이너를 모셔 왔다. 예거는 중국에서 파란색과 회색 자동차가 거의 팔리지 않고, 검정은 공무원들이 주로 타는 차라는 점을 파악했다. 그래서 흰색과 짙은 갈색을 위주로 차를 디자인했다.
비야디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았다. 비야디는 ‘삼원계’ 대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개발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비야디는 2020년 배터리 구조를 바꿔 문제를 해결했고, 한 번 충전하면 시 700㎞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차량은 저렴한데 테슬라 못지않은 주행거리를 선보인 셈. 블룸버그는 “왕촨푸는 비야디 자동차가 고객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백업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며 “회사의 뿌리인 (차량용) 배터리 제조업체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야디 하면 ‘수직계열화’가 많이 언급되곤 한다. 비야디는 직접 생산한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탑재하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다. 비야디는 왕촨푸의 사촌이 소유한 룽제(融捷) 그룹과 리튬(배터리 핵심 소재) 채굴 관련 파트너십을 맺는 등 배터리 소재 공급망까지 챙겼다. 비야디는 전력 반도체도 자회사가 직접 만든다. 코로나19 시기 차량용 반도체 칩 공급망 대란이 있었을 때 타격을 입지 않은 이유다.
비야디는 “다른 브랜드의 절반 가격에 전기차를 팔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이는 비야디가 배터리와 모터, 전자제어 장치 모두를 자체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왕촨푸는 “우리는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전기차 제조 체인 전체를 보유하고 있다”며 “100년에 한 번 있는 기회(그동안 내연기관이 장악)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야디의 전기차 제조 공장(비야디)
“전설을 무너뜨릴 때가 왔다”
비야디는 한(漢), 탕(唐), 송(宋) 등 ‘왕조 시리즈(모델명이 중국 왕조 이름)’와 돌고래, 바다표범 같은 해양 시리즈 전기차 모델들을 내놨다. 2020년 9개였던 비야디 전기차 모델은 4년도 안 돼 20여 개로 늘었다. 실적도 어마어마하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년 대비 81% 급등한 300억 위안(약 5조6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물론, ‘비야디는 중국에서나 팔리는 전기차’라는 평도 있다. 2022년까지는 그랬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중단한 것을 계기로 비야디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야디 전기버스를 종종 볼 수 있다) 동남아에서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남미에서는 브라질에서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인도에서 1877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비야디는 2030년까지 인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13억 달러(약 1조 75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유럽 공략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는 전기차 수출을 위해 선박까지 준비했다. 비야디는 최근 전기차 5000대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자동차 운반선 ‘익스플로러 1호’를 직접 건조해 올해 1월 출항 기념식을 열었다. 2년 안에 이 같은 자동차 운반선을 7대까지 늘려 유럽 등 해외 판매를 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왕촨푸는 지난해 한 연설에서 “오래된 전설을 무너뜨릴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를 겨냥한 선전포고였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도 비야디가 신경 쓰이는 분위기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CEO는 “1886년 가솔린 자동차가 나오고 (치열해진 경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기 가장 즐거운 시기”라며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했다.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남미, 유럽 등을 거쳐 결국에는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린 자자 포드 최고고객책임자(CCO)는 “그들은(중국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미국)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자동차 제조사는 매출의 30%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걱정할 만하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조사에서 미국인과 유럽인 10명 중 7명은 “중국 전기차가 다른 브랜드보다 20%가량 저렴하다면 중국산 EV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1위에 오른 중국 자동차 업체 비야디가 전 세계에 수출용 자동차를 운반하기 위해 직접 건조한 ‘비야디 익스플로러1호’. (웨이보 캡처)
‘레드우드 프로젝트’
일단은 머스크의 바람대로 됐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 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25%에서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수출되는 수입차에는 기본적으로 관세 2.5%가 붙는다. 중국 전기차에는 여기에 25%가 별도로 추가되는데 이를 훨씬 더 높인 것이다.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4배로 인상하는 강수를 뒀지만, 미 CNBC는 “저렴한 중국 전기차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비야디 전기차에 100%의 관세를 붙이더라도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전기차의 가격과 유사하거나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미국 이외에 유럽, 인도, 남미 등에서 중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물론, 자율주행 같은 소프트웨어를 고려하면 테슬라와 비야디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테슬라는 월 199달러(약 27만 원)짜리 FSD(완전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판매 중이다. 비야디는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아폴로 플랫폼)을 장착하고 있다. 비야디도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올해 초 비야디는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 기능에 140억 달러(약 18조9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테슬라가 저가 모델을 내놓아 판도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머스크는 최근 내년 6월 모델3보다 저렴한 저가형 전기차 ‘레드우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머스크는 테슬라 내부에서 저가 모델을 만드는 것을 여러 차례 반대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보택시’가 저가 모델을 대신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머스크는 임원 회의에서 “로보택시가 모델3보다 작고 저렴한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머스크는 단순히 가격만 싼 전기차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운전기사가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저가형으로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머스크는 고위 임원들에게 “핸들과 페달이 없는 전기차를 설계하라”고까지 했다.
머스크는 2018년에도, 2020년에도 “3년 안에 2만5000달러(약 3400만 원)짜리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이번에는 진짜로 저가 모델을 내놓고, 비야디와 경쟁을 펼칠까. 혹시 내년에 내놓겠다는 저가 모델에 운전대가 없는 것은 아닐까.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