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비야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8%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중국을 핵심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삼아왔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50% 이상인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 가격 인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스텔란티스와 볼보는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환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 구도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간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수출량이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전기차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수 없다는 유럽 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기존 중국 업체들에 적용하던 10% 관세에 최대 38%를 추가할 계획이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 가운데 28%를 차지하는 테슬라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7월 모델3 차량가 인상이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테슬라 측은 구체적인 인상 규모와 시기를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에서 제조돼 EU로 수출되는 전기차에 수입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생산 기지를 아예 유럽으로 전환하려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던 전기차 일부를 유럽에서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볼보자동차도 전기차 EX30과 EX90의 생산을 중국에서 벨기에로 옮길 계획이다.
독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하고 있다. EU의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하면 중국도 수입차들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판매 비중이 30%대로 높은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그룹)는 EU의 조치에 대해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독일 자동차산업연합(VDA)은 “이번 조치로 잠정적 피해는 독일 등 유럽 자동차산업이 거둘 이익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홍 KAMA 전무는 “중국계 브랜드들이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함과 동시에 무역 제재를 피해 동남아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어 한국 기업과의 격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