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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업계판도 바꾼 굵직한 사건들… 그 뒤엔 이들의 손길이?

김성규기자
입력 2015-12-22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3:02:52
《2015년은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굵직한 사건이 많은 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일단 세계적인 스캔들이 된 ‘폴크스바겐 사태’의 여파가 국내까지 번졌고,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제네시스’가 탄생했다.

쌍용자동차는 ‘티볼리’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수입차는 한 해 판매량 20만 대 시대를 맞았지만 그만큼 그늘도 넓어졌다. 자동차와 IT기술의 융합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공유차(카셰어링) 시장은 급성장했다. 동아일보 자동차 담당기자들이 선정한 국내외 ‘올해의 자동차 업계 인물 10명’을 통해 올 한해 업계를 되돌아본다.》
국내 분야

[1]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브랜드 ‘제네시스’ 탄생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의 새로운 창세기가 쓰이게 됐다. 바로 모델이 아닌 브랜드 ‘제네시스’가 11월 탄생한 것.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현대차도 고급차 브랜드를 갖게 됐다. 이번 달에는 제네시스의 첫 차이자 에쿠스의 후속 모델인 ‘EQ900’가 출시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제네시스 론칭 행사를 자신의 첫 공식 기자 간담회로 삼을 만큼 의미를 부여했고,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전체 법인장 회의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내년에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산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이유일 쌍용차 부회장: ‘티볼리’ 돌풍과 쌍용차의 부활

이유일 쌍용차 부회장이유일 쌍용차 부회장

긴 터널을 지나고 쌍용차가 돌아왔다. 그야말로 ‘사운(社運)’을 걸었다고 할 만큼 심혈을 기울여 1월 시장에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동시에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쌍용차도 존재감을 내보이며 평택공장 조립1라인은 24시간 가동하는 등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마힌드라에 인수된 지 4년 만에 내놓은 첫 차는 합격점을 받았다. 쌍용차가 어려운 시기에 신차 개발을 이끌었던 이유일 당시 사장은 티볼리의 인기를 확인한 뒤 퇴임해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을 ‘행복한 소방수 CEO(최고경영자)’라고 불렀다.

[3]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 현대차에 영입돼 고성능 모델 ‘N’ 진두지휘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

현대차의 또 다른 비전은 바로 ‘고성능’.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같은 고성능 버전으로서 ‘N’을 준비 중인 현대차는 4월 N의 개발총괄책임자로 독일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BMW에서 M의 개발총괄로 일한 세계적 차 전문가. 현대·기아차는 2006년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또 다른 세계적 인재를 영입한 셈이다. 몇 년내로 세계랠리챔피언십(WRC) 이외의 또다른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활약하는 현대차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4] 메르세데스 벤츠 골프채 파손 남성: ‘수입차 20만대 시대’의 그늘
메르세데스 벤츠 골프채 파손 남성메르세데스 벤츠 골프채 파손 남성

올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창립 20주년과 동시에 처음으로 한 해 판매량 20만 대를 돌파한 수입차 업계. 자축할 만한 성과지만 커진 덩치만큼 곳곳에서 터진 악재로 곤욕을 치러야 했는데, 그 시작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골프채 파손 사건’이었다. 9월 광주에서 한 30대 남성이 “달리던 중 시동이 세 번이나 꺼졌는데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며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 앞에서 2시간 동안 2억 원이 넘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골프채로 내리치며 항의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측은 이 남성에게 보상을 했다. 이후 ‘폴크스바겐 사태’와 BMW의 주행 중 화재발생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5] 김지만 쏘카 대표: 공유차 시장 넓히며 650억 투자 유치 ‘대박’
김지만 쏘카 대표김지만 쏘카 대표

차를 소유하는 사람도 늘었지만 ‘공유’하는 사람도 크게 늘고 있다. 공유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유차 이용자가 26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싼 가격으로 차를 이용할 수 있는 동시에, 도로 위 자동차를 대체해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에서 공유차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 업체는 업계 1위인 ‘쏘카’. 1년 만에 쏘카의 운영차량은 1400대에서 3200대로, 회원은 30만 명에서 130만 명이 됐다. 쏘카는 지난달 SK㈜로부터 590억 원 등 총 6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해외 분야

[1]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전 CEO: 역사상 최대 자동차 스캔들의 장본인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전 CEO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전 CEO

희대의 거짓말쟁이 회사가 독일에서 나타나다니. 9월 발생한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태는 독일이라는 나라 전체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렸다.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노리던 야심만만했던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해야할 처지가 됐다. 조작에 가담했던 엔지니어들은 원인으로 빈터코른 전 CEO의 무리한 목표 설정을 꼽았다. 원래 뛰어난 연비와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클린디젤’이라는 목표는 애당초 힘든 것이었다. 빈터코른은 사태 직후 물러났지만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2]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시민단체가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을 무너뜨리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 (ICCT) 로고국제청정교통위원회 (ICCT) 로고

9월 이전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이 비영리민간단체는 폴크스바겐의 거짓말을 세상에 폭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ICCT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에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검증을 의뢰했고, 폴크스바겐의 주요 차종이 기준치의 30∼40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로 배출가스량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차에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며 폴크스바겐 사태가 시작됐다. 얄팍한 거짓말은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시민단체의 활약이었다.

[3] 다카타 시게히사(高田重久) 다카타 회장 : ‘살인 에어백’, 결국 고개 숙여
다카타 시게히사 다카타 회장다카타 시게히사 다카타 회장

세계 2위 에어백 업체인 일본 다카타 에어백에 대한 의혹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미국 플로리다 주 등에서 에어백이 터질 때 날카로운 부품 파편이 목이나 얼굴로 튀면서 사람을 죽게 했다는 것. 세계적 명차에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였기에 설마했지만, 사망자는 8명, 부상자는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다카타는 미국에서만 34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의 에어백을 리콜하기로 했고, 미국 정부는 7000만 달러(약 826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다카타 회장은 지난달 일본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회사는 존망이 위태롭게 됐다.

[4] 줄스 비앙키 F1 드라이버 : 별이 된 F1의 26살 신성
줄스 비앙키 F1 드라이버줄스 비앙키 F1 드라이버

모터스포츠계 소식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포뮬러원(F1)이나 르망 성적에 따라 자동차 업계 수장의 거취가 결정되기도 할 만큼 중요한 이슈다. 지난해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사고를 당한 프랑스의 F1 드라이버, 줄스 비앙키가 7월 26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 모터스포츠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빗속에서 열린 F1 제15전 일본 그랑프리에서 앞선 사고를 수습하던 크레인과 시속 140km로 충돌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의 사망은 F1 대회에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발생한 것이다.

[5]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스마트카 시대 앞당기는 공상가, ‘모델 X’ 발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스페이스엑스’사(社)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등 다소 엉뚱해보이는 ‘천재 공학도’인 머스크. 그가 9월 발표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3번째 모델인 7인승 SUV ‘모델 X’는 시장의 주목을 한 눈에 받았다. 그간 테슬라의 전기차가 쿠페나 세단이었던 것과 달리 실용적인 SUV인데다, 좁은 공간에서도 편하게 승하차가 가능한 ‘펠컨 도어(Falcon Door)’는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게다가 2.2t의 트레일러도 끌 수 있는 힘도 갖췄다. 최근 국내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 전기차 시대가 머지않았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