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 정숙함과 편안함, 전륜구동으로 설계한 덕분에 동급 대비 넓어진 실내공간, 수입차로서는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 덕분에 한동안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도 얻었다.
디젤을 앞세운 독일 브랜드들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점령하는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는 꾸준히 국내 수입차 시장의 한편을 차지해왔다.
최근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한국토요타는 3년 만에 ES300h의 부분변경 모델을 최근 국내에 출시했다. 외관은 기존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다소 과한 느낌을 줬던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의 테두리 폭을 넓히고 무광 크롬으로 감싼 덕분이다.
렉서스의 스포츠 세단인 IS에 적용된 화살촉 모양의 주간 주행등이 적용되고, 헤드램프 아래쪽엔 수직 형태의 공기 흡입구 모양을 한 발광다이오드(LED) 안개등도 조화를 이룬다.
동일한 가격대의 독일차 등과 비교하면 내부 마감은 뛰어나다. 우드트림이나 스티치 등의 마감을 새롭게 했고 스티어링휠과 기어 시프트 손잡이부분의 디자인도 바꿨다.
부분변경 모델로 엔진이나 변속기 등에 큰 변화는 없다. 시동버튼을 누른 이후에도 흐르는 고요한 적막감 역시 여전하다. 하이브리드의 장점과 렉서스 특유의 정숙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어시프트 레버를 D로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체는 부드럽게 도로를 미끄러져 나갔다.
최근 이 차량을 타고 서울 광화문에서 자유로를 거쳐 일산 킨텍스까지 왕복 50km를 운전했다.
이 차량의 기본적인 스펙은 최고출력 203마력(전기모터의 145마력 포함)에 최대토크는 21.6kg·m로 공인 연비는 L당 16.4km 수준이다. 시내에서 시속 50∼60km 수준으로 달렸다. 시내 곳곳의 커브구간에서는 차체가 제어된다는 느낌이 든다. 일부 급가속 급제동 시에도 전자 장치가 차체를 잡아준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연비 차이가 크다. 시내에서의 연비는 L당 14km 수준이었지만 고속도로로 빠지면서 시속 80km 이상으로 속도를 내자 연비는 17∼18km까지 늘어났다. 고속도로 구간을 빠져나온 뒤 내리막에서는 최대한 관성을 이용한 탄력주행을 했다. 또 배터리가 충전이 돼 있을 때는 저속에서 전기(EV) 모드를 사용했다.
전체 구간에서 평균 연비는 공인연비에 가까운 L당 15.8km 수준. 하지만 EV모드를 최대한 사용하면서 연비운전에 집중하면 손쉽게 L당 2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는 게 많은 운전자의 이야기다. 운전 중에 계기판을 통해 구동시스템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저속에선 배터리로, 고속에선 배터리와 엔진의 힘으로 달리는 모습을 시스템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시승한 인피니티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Q50S 모델과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Q50S가 순간적인 폭발력과 달리는 재미를 느끼는 차라면 ES300h는 가족을 위한 패밀리 세단이다.
독일산 디젤차량이 주는 묵직한 승차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편안함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가격 대비 최고 수준이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5180만∼6370만 원.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