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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의 별 단 영업왕 “고객은 사소한 것에 감동”

강유현기자
입력 2016-01-19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2:49:52
올해 현대자동차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일하게 영업직 임원에 오른 이규완 이사대우. 그는 “사소한 데서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인간관계를 두텁게 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제공올해 현대자동차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일하게 영업직 임원에 오른 이규완 이사대우. 그는 “사소한 데서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인간관계를 두텁게 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사소한 것에서 고객을 실망시키지 말라.”

2007년 이후 9년 만에 현대자동차 영업직에서 처음으로 임원이 된 이규완 영업 이사대우(57)가 영업맨들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1986년 현대차 서울 동대문영업소에 입사해 경기 구리지점에서 근무해온 이 이사는 입사 30년 만인 지난해 말 단행된 2016년 임원 정기인사에서 전국 현대차 카마스터(영업직원) 6130명 중 유일한 ‘별(임원)’이 됐다. 영업직에서 임원이 나온 것은 현대차 역사상 4번째다. 현대차 여직원 3188명(2015년 9월 말) 중 현재 임원이 3명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직엔 여성보다 두꺼운 유리천장이 있는 셈이다.

이 이사는 입사 후 지난해 말까지 총 3690대를 팔았다. 현대차가 연간 120대 이상 판매한 직원에게 수여하는 ‘톱클래스’에 2009년부터 7년 연속 들었다. 12일 경기 구리시 검배로 구리지점에서 만난 이 이사는 외환위기 시절 힘들었던 경험부터 털어놓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이 이사는 한 달에 10대씩 팔던 차를 1대밖에 팔지 못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남들이 “마진이 박하다”며 기피했던 개인택시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경기가 나쁘면 자가용은 타던 차를 계속 타지만, 개인택시는 사용연한이 7년(2400cc 미만)이라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강원 양양군이 고향인 그는 강원도 출신 택시기사 친목회에 가입했다. 평일에 야유회를 가면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이 이사는 “처음엔 데면데면하더니 나중엔 야유회 날짜를 내 일정에 맞춰 주말로 잡아주더라”며 “그러더니 나에게 차를 사기 시작했고, 지인들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고객의 사소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는 신입사원 시절에 깨달았다. 당시 한 택시기사가 ‘스텔라’ 택시를 사갔다. 차를 출고한 뒤 손님은 보디커버를 달라고 했다. 당시 이 이사는 “안 된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그 이후 손님과의 관계는 완전히 끊겼다. 2006년 우연히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바로 그 손님이었다. 택시기사는 “보디커버 안 준 것이 서운해 다음부터는 다른 곳에서 차를 샀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추가로 요구할 때)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아요. 핸들커버나 먼지떨이 정돕니다. 전 그럼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하며 드립니다. 사소한 것 아끼려다 고객을 아예 잃는 수가 있거든요.”

또 다른 노하우로 이 이사는 “차를 나에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라”고 조언했다. 가격 할인에 흔들리지 않고 ‘이규완’이라면 믿고 사는 고객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활동하는 친목회는 개인택시 친목회를 비롯해 대학동창 모임, 동네 아빠들 모임, 운동모임 등 10개가 넘는다. 1주에 경조사를 많게는 5건 이상 챙긴다. 그는 “친목회에서 절대 먼저 차를 팔지 않는다”며 “자연스럽게 두터운 관계가 되면 친목회 사람들은 미안해서라도 다른 사람한테 차를 못 사게 되고, 다른 손님을 소개해주는 조력자가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9년 만에 영업 이사대우를 선임한 것은 ‘영업직 기 살리기’의 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수입차 공세에 현대차 내수 점유율은 40% 아래로(39.0%) 떨어졌다. 전국 영업부장 715명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영업이사를 모범 사례로 세웠다는 분석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