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자동차 업계가 한국의 수입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2년 연속으로 성장률이 20%를 넘어서며 성장률이 가파른 데다 규모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각각 전 세계 8위, 10위일 정도로 크다. 11일 한국을 찾은 하랄트 크뤼거 BMW그룹 회장은 “한국 고객들은 매우 세련된 안목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1등을 하면 세계에서도 1등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장폭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올해도 수입차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틈을 타 그간 우리에게 생소했던 수입차 브랜드들이 조만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성패를 떠나 일단 국내 수입차 시장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진출 가장 구체화된 체코 스코다

업계에서 올해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는 체코의 스코다, 일본의 마쓰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알파로메오가 꼽힌다. 이 중 폴크스바겐그룹에 속한 스코다의 국내 진출이 가장 가시권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코리아는 내부에 따로 실무팀을 꾸려 스코다의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진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역시 폴크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코리아의 요하네스 타머 사장이 새로 출범하는 스코다의 사장에 내정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 원래 더 일찍 진출하려 했지만 지난해 ‘폴크스바겐 사태’로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길에서 스코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1894년 설립된 스코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합병과 국영화 및 민영화를 거쳐 1991년 폴크스바겐그룹에 인수됐다. 유럽의 대표적인 중저가 브랜드로서 지난해 106만 대의 차량을 판매해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폴크스바겐 차량과 기본적인 골격(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보여준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만약 국내에 진출한다면 대놓고 국산차와 맞붙기로 작정한 브랜드라고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그간 고급차에 집중됐던 수입차 시장의 외연이 합리적인 가격의 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로 넓어지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폴크스바겐에 비해 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고, 같은 골격이면서도 내부 공간을 더 넓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스코다가 가격 경쟁력이 있는 세단 모델, 그중에서도 폴크스바겐 파사트의 형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중형 세단 ‘수퍼브(Superb)’를 첫 모델로 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 준중형 세단 ‘옥타비아’도 스코다의 대표 모델이다.
日 마쓰다, 伊 알파로메오도 ‘유력’

1920년에 세워진 마쓰다는 도요타-닛산-혼다에 이은 일본 4위 업체로 1980년대부터 기아자동차가 프라이드, 콩코드, 포텐샤 등을 생산할 때 기술을 이전해주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경영난으로 미국 포드에 인수됐다가 2010년 결별했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133만 대를 판매했다.
마쓰다는 최근 한국 수입차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한국 시장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회 측은 “아직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마쓰다는 직접 지사를 설립하는 방안과 수입사를 별도로 선정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국내 수입차 딜러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마쓰다가 일본계 종합상사를 통해 국내에서 차를 판매할 것으로 보는 예측도 있다.
마쓰다는 일본 업체로는 독특하게도 우수한 디젤(경유) 엔진 기술력을 보유한 데다 일반 엔진에 비해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낮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내는 ‘로터리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준중형 세단인 ‘마쓰다 3’와 중형 세단인 ‘마쓰다 5’,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X-5’ 등이 대표 모델로 꼽힌다.

헤럴드 웨스터 알파로메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6년에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 고급차 판매가 계속 늘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진출이 최종 결정된다면 FCA 산하에 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나 페라리 혹은 마세라티 관련 업체들이 판매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 스페인 세아트와 일본 스즈키 등도 한국 진출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