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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이 자주 쓰는 무의미한 키워드들

ev라운지
입력 2016-03-04 15:24:00 업데이트 2023-05-10 02:28:38
‘소프트 카리스마’, ‘세상에 없던 카리스마의 완성’

최근 새롭게 출시돼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기아차의 ‘K7’을 소개하는 문구들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K7이 우수한 성능, 수려한 디자인 등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정말 K7을 보면서 ‘카리스마’를 느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기아차는 과연 어떻게 K7을 통해 ‘세상에 없던 카리스마를 완성’했을까? 그보다 먼저 ‘카리스마의 완성’이란 무슨 의미일까? 카리스마가 ‘완성’ 될 수 있는 속성을 가진 개념이긴 할까?

여기서 사용된 단어 ‘카리스마’는 어떤 인상은 주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실체나 구체적인 의미가 없는 키워드다.

현대차가 아반떼를 표현하는 키워드 ‘수퍼 노멀(super normal)’은 어떨까?

일단 현대차가 의도하는 ‘노멀’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실제로 ‘노멀’이 갖는 의미와는 다소차이가 있어, 엄밀히 말하면 단어 선택부터 약간은 부적절한 듯 느껴진다. 정상적이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노멀’이라는 단어 보다는 오히려 ‘표준’, ‘보통의’, ‘평범한’ 등을 의미하는 ‘스탠다드(standard)’ 혹은 ‘컨벤셔널(conventional)’ 등의 단어가 현대차가 의도했던 의미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또한 현대차는 아반떼를 통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혹은 ‘모두가 만족하는’ 드라이빙을 완성했다고 소개한다. 과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할까? 실제로 아반떼는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며 현대차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차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가 만족하는 것이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단어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과 자동차 간에는 약간의 괴리마저 있는 키워드로 자동차를 소개하는 경우가 비단 K7이나 아반떼 뿐만은 아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차를 수식하는 무의미한 키워드들로 범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가이드(Autoguide)는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많이 남용하는 무의미한 단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보도했다. 오토가이드가 뽑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무의미한 자동차 수식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호전적인’
오토가이드는 렉서스 RC F와 도요타 캠리의 디자인을 ‘호전적(aggressive)’이라고 표현한 것을 예로 들며 도로에서 호전적인 것은 전혀 바람직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사 차의 디자인을 호전적이라고 수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는 고찰해본 적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내믹’
오토가이드는 독일제 자동차들이 유독 ‘다이내믹(dynamic)’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즐거운(fun)’, ‘활기있는(energetic)’ 등의 의미로 그 단어를 선택했을 것”으로 추측하며 “실제 영어에서는 다이내믹이 그렇게 포괄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멈춰있어도 역동성 있는 바디’
오토가이드는 뒤로 쓸어 올린 것처럼 앵글이 뒤쪽을 향하는 ‘스웹 백(swept-back)’디자인이나 ‘새총(Sling-shot)’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택한 차들이 너무 많이 써온 클리셰라 식상하기까지 한 ’멈춰있어도 약동감 있는 보디(A body that looks like it\'s in motion, even when standing still)‘ 라는 문구를 꼽았다. 이어서 저 문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분석하며 차라리 “속도가 빨라 보이는 차”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라 평가했다. 현대차가 국내에서도 아반떼를 수식하는데 채택한 ‘정제된 역동성’이라는 문구도 여기에 해당한다.

‘콕피트’
비행기 조종석을 의미하는 단어인 ‘콕피트(cockpit)’는 자동차 회사들이 계기판에 최첨단 이라는 느낌을 부여하거나 장점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되지만 오토가이드는 이 표현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았다. 이 매체는 “콕피트 처럼 느껴지는 실내(a cockpit feel)”라고 자사 차의 인테리어를 소개한 닛산의 경우를 예로 들며, 자동차 계기판을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콕피트에 빗대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부적절한 미사여구라고 평했다.

‘운전자 중심의 컨트롤’
최근 미국에 새 옷을 입고 출시된 현대 엘란트라, 인피니티 QX80, Volvo S60 등이 채택한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Driver-oriented controls)’라는 문구 또한 오토가이드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오토가이드는 사실 자동차의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자 새로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게 특별한 사항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가 예로 든 기아차 스포티지는 인테리어를 묘사할 때 ‘운전자 중심의 콕피트’라고 표현해 무의미한 표현 2관왕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역시 기아차는 스포티지의 인테리어에 대해 ‘운전자중심의 센터페시아’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리미엄’
무언가가 일반적인 것 보다는 조금 더 특별할 때 사용될 수 있는 단어인 ‘프리미엄’ 또한 너무 많이 남발 되는 단어로 꼽혔다. 오토가이드는 “프리미엄은 일반과 럭셔리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단어 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것에 프리미엄 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갖다 붙인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현대차 엘란트라와 포드 국민트럭 F-150를 예로 들며, 이와 같이 대중적인 차들 조차 ‘트림이 프리미엄이다’, ‘좌석이 프리미엄이다’, ‘바퀴가 프리미엄이다’ 등의 식으로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남발해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무색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오토가이드의 무의미한 자동차 수식어 리스트에 오른 단어들로는 ‘감성 디자인(Emotional Design)’, ‘정밀함(Precision)’, ‘숨을 멎게 만드는(Breathtaking)’, ‘스포티(Sporty)’ 등이 있었다.

손준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juneheeson.aut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