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관계자는 “EQ900이 매일 150대 이상 계약되고 있다”며 “1만1000여 명의 고객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Q900은 지난해 현대차가 출범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차다. 이 차의 성패가 제네시스 안착 여부와 직결되는 셈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인기에 현대차는 연간 생산량을 2배인 3만2000대로 늘릴 정도다.
EQ900 ‘흥행 비결’로는 △타이밍 △오너 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 △제네시스 후광 효과 등이 꼽힌다.
우선 타이밍. 2009년 2세대 에쿠스가 나온 이후 모델이 노후화되면서 후속 차를 기다리는 수요가 많았다. 한때 대표적인 ‘회장님 차’ 였던 쌍용자동차 ‘체어맨’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수요는 더욱 몰렸다. 2010년부터 수입 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생긴 교체 수요도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가 출고 고객 1800명을 조사한 결과 직전에 수입 차를 탔던 고객 비중은 29.2%(525명)였다. 에쿠스 때보다 약 16%포인트 올랐다. 이 525명 중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보유자가 68명(13%)으로 가장 많았고, BMW 7시리즈(10.5%),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9.7%), 아우디 A6(9.5%), BMW 5시리즈(8.0%) 순이었다.
또 계약 고객 중 개인 비중은 35%(2월 20일 기준)로 에쿠스(22%)보다 13%포인트 늘었다. 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처럼 기사를 두고 차 뒷좌석에 앉는 ‘쇼퍼 드리븐’으로 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전하는 고객이 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가의 대형차로 갈수록 법인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개인 고객의 평균 연령은 55.1세로 에쿠스(57.3세)보다 젊다. 현대차 측은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외관,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하며 스스로 주행하는 기능) 등 첨단 기능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2세대 ‘제네시스(DH)’ 모델의 후광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수입 차에 대한 신뢰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 메르세데스벤츠 골프채 사건, BMW 차량 화재가 연이어 발생한 데 이어 최근 개별소비세 환급 거부 논란으로 1, 2월 수입 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진짜 성공 여부는 해외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EQ900은 3분기(7∼9월)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 세계 고급 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가 65% 이상(544만 대·2014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품질은 기본이고 한국 차의 장점인 디자인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스마트 기능 등을 강조해 차별화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