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V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형’ 또는 ‘도심형’ SUV의 인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과거 험로를 달리던 ‘정통’ SUV 모델들도 점점 동글동글해지는 것이 요즘 추세. 모하비는 그런 추세가 마뜩잖다는 듯 마초적 감성으로 반기를 든다. 까만 가죽 재킷을 입은 프로레슬링 선수가 주위를 압도하며 지나가듯 커다란 덩치를 뽐낸다. 크기와 디자인 콘셉트는 이전 모델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굳이 많이 달라질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모하비는 2008년 출시 첫해 월간 판매량이 742대였다가 2010년 471대로 줄었다. 그러다 그 뒤로 판매량이 점점 늘더니 지난해에는 월 1050대가 팔려 판매량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마니아층이 생기며 뒤늦게 빛을 본 것이다. 기아차는 전반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며 이런 기세를 이어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부분 그릴 무늬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 하나만으로도 전체적인 인상이 훨씬 세련되게 바뀌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포인트를 살릴 부분을 제대로 집어낸 느낌이랄까.
내부 디자인도 직각 위주의 디자인 요소가 많고 계기반도 단순해 외관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하지만 손이 주로 닿는 부분이 가죽으로 처리돼 있고 부분적으로 나무 무늬로 매끈하게 처리돼 있어 다소 투박한 느낌을 보완해 준다. 앉아 보니 대형 SUV인 만큼 공간은 넉넉하다. 또 차체가 높아 시야도 확 트이는 느낌. ‘SUV의 매력이 이런 것이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하비의 가장 큰 반전은 달려 보니 드러났다. 일단 힘이 좋고 일상적인 속도 구간에서 잘 나가는 것은 외관의 인상 그대로였다. 그런데 서스펜션(완충장치)은 물렁물렁했다. 겉보기에는 단단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런 느낌이라니, 다소 놀라울 정도다. 위아래로 굴곡이 있는 길에서는 회전목마를 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덕분에 달리면서 충격 흡수는 확실했다.
하지만 물렁한 서스펜션은 코너링 등 주행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소. 속도를 꽤 높이 올려 보니 직진 구간에서도 살짝 불안감이 전해져 온다. 물론 빨리 달리는 데 중점을 둔 차가 아니긴 하니 상관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가속이 엄청 빠른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타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외부 바람소리도 잘 차단돼 조용한 편이다.
시승 코스의 마지막은 험로(오프로드)였다. 물렁한 서스펜션은 험로를 위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퉁불퉁하게 튀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막판의 30도 정도 급경사도 오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시승한 차는 6기통 3.0L 디젤엔진을 장착했고 최고출력 260마력에 최대토크 57.1kg·m을 자랑한다. 복합연비는 L당 10.7km로 나쁘지 않은 수준.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주차 시 차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 안전·편의 품목도 다 갖췄다. 가격은 4025만(노블레스)∼4680만(프레지던트) 원. 중장년층 남성들이 이 차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연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