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쭉 뻗은 직선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며 2.1톤이 넘는 차체를 몰아붙이고 완만한 곡선구간에선 감속 없이 진입해 반응을 살폈다. 속도계 바늘이 절반을 넘어 오른쪽으로 빠르게 꺾어지는 상황에서도 신형 XC90은 진중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운전대는 묵직하고 차체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다.
가속페달을 쭉 밟으면 전 세대 모델은 엔진 회전수가 오를수록 굉음을 내며 시트와 운전대로 전달되는 불쾌한 진동과 노면 소음이 더해져 신경질적 반응이 느껴졌다. 특히 디젤엔진의 진동은 장시간 운전에서 피로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XC90은 2003년 1세대 모델이후 12년 만에 풀체인지를 통해 지난 2014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돼 이미 해외에서 꾸준한 상품성 검증을 받아왔다. 현재는 유럽에서 동급 경쟁모델인 아우디 Q7,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랜드로버 LR4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그먼트 내 꾸준한 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한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XC90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물량 배정이 쉽지 않지만 국내 물량은 이미 확보돼 올해 1000대를 판매한 이후 내년부터 이보다 두 배인 2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형 XC90의 사전계약 물량 500대 중 디젤은 65%, 가솔린은 20%, PHEV가 15%를 차지해 트림별 쏠림현상이 없는 부분 역시 긍정적이다.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은 연료 효율성은 높이고 배출가스는 감소시키는 부분이 주된 특징이다. 특히 디젤엔진의 경우 기존 대비 중량이 최대 54kg을 줄어들고 연료 효율성은 약 35%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부스트 기술과 터보차저 및 수퍼차저 등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결과다.

D5 AWD는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돼 235마력의 최대출력과 48.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T8은 엔진과 모터의 합산 시스템 최고출력 400마력과 엔진에서 40.8kg.m, 모터에서 24.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각자 배기량은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하지만 출력과 토크에서 동등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외관은 볼보 특유의 북유럽 사회를 배경으로 한 기능 중심의 심플한 디자인이 반영됐다. 전면부는 T자형 풀 LED 헤드램프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된 세로 모양 그릴이 강인한 인상을 발휘하고 후면부는 XC 시리즈를 계승한 유선형 LED 리어램프와 곳곳에 크롬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이 강조됐다.

해상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다. 다만 지문에 의한 오염이 쉽고 주행 중 직관적인 사용이 불편한 부분은 단점. 계기판 역시 최근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유행처럼 확산되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사용해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볼보 브랜드에선 낯선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부분도 특징이다.
신형 XC90의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1열에서 3열까지 어디를 앉아도 만족스러웠던 시트의 착좌감과 각 엔진 라인업에서 최고급 트림 인 인스크립션에 사용된 나파 가죽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을 꼽을 수 있겠다.

볼보 신형 XC90의 가격은 가솔린 T6 AWD 9390만~9550만 원, 디젤 D5 AWD 8030만~9060만 원, PHEV 1억1020만~1억378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