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11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충북 충주시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사업의 미래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수소차의 부품 국산화율은 99%에 달할 정도”라며 수소차의 산업 파급 효과를 강조했다. 또 “협력사와의 동반 투자로 신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말수가 적은 정 부회장이 공식 행사에서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현대차 관계자조차 “부회장이 직접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을 이전에 본 기억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수소차는 현대차에 중요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 정부도 수소차 적극 지원 나서

현대차그룹이 2030년 목표로 제시한 ‘연간 50만 대 수소차 생산’이 현실화되면 관련 분야의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간 경제 효과는 25조 원, 간접고용을 포함한 취업 유발 효과는 22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수소차 지원에 적극적이다. 이미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차 1만6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310곳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수소의 생산, 유통, 보관, 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생태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시장도 선도”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차뿐만 아니라 선박 기차 등 전기 동력원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30년이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수요가 약 550만∼65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연료전지는 막전극접합체(MEA), 스택(Stack), 통합 모듈로 구성되는데 이 모든 제품의 대량생산 체제를 일괄 구축한 기업은 세계에서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이면 수소차와 별도로 연간 약 20만 개의 수소연료전지를 외부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이달 초 연구개발본부 안에 관련 사업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운송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알스톰과 캐나다 연료전지업체 하이드로제닉스가 함께 독일에서 연료전지 기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캐나다 발라드도 연료전지 기차 사업을 함께 준비 중이다.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2014년 이미 국가 차원의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연료전지 전략을 명시한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 사회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도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를 보급+수소충전소 1000곳 설치’ 계획을 세웠다.
○ 수소차 vs 전기차
자동차업계에서는 미래에 수소차와 전기차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소차는 한 번 완전히 충전하면 주행거리가 600km 이상으로 전기차보다 100∼200km가량 길다. 충전시간도 3∼5분으로 짧고 힘도 전기차보다 좋아 중장비 차량에도 쓰일 수 있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건설하는 데 1곳당 30억∼40억 원의 비용이 들고 고압가스 충전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입지조건에 제약이 있어 많이 짓기가 어렵다.
전기차는 수소차보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간이 길지만 도심, 아파트, 주택, 상가 곳곳에 간편하게 전기차충전소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낮에 주로 차를 사용하고 밤에 충전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수소경제’에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요즘 쓰이는 수소는 대부분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 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방식이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문제다.
충주=이은택 nabi@donga.com / 김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