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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처럼 조립되는 전기차”… 기아, 신개념 ‘PV5’ 모빌리티 혁신 선도

광명=정진수 기자
입력 2025-07-23 08:33:00업데이트 2025-07-23 09:14:40
보기엔 평범한 승합차지만, 문을 여는 순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진다. 기아의 신형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는 SUV를 뛰어넘는 공간 활용성을 바탕으로 패밀리카는 물론, 순수 카고 운송차량으로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휠체어 탑승을 위해 별도 개조가 필요 없는 설계도 기존 차량과 차별화되는 혁신 중 하나다. 이제는 차량에 용도를 맞추는 시대가 아니다. 기아는 PV5를 통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차량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신개념 PBV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아는 지난 22일 경기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이 새로운 전동화 플랫폼의 핵심 기술과 개발 철학을 공개했다.

○ 고객 목소리 담은 개발 혁신

자동차 산업은 높은 보안과 긴 개발 주기로 인해 전통적으로 고객이 디자인과 개발에 참여하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기아는 PV5 프로젝트 초기에 방향을 전환했다. 김재환 사업개발팀 책임은 “자동차 산업의 보수적 분위기 속에서도 내부 토론과 리더십의 지원을 바탕으로 ‘파트너스 데이’ 같은 고객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기아는 실제 택배 상하차 현장을 동행하거나, 소상공인을 직접 인터뷰하고, 장애인 단체와 모빌리티 요구를 공유하는 등 고객의 일상 환경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이런 현장 중심의 활동을 통해 약 1000여 개의 사용자 시나리오가 수립됐고, 실제 개발에 그대로 반영됐다.

방기경 국내상품2팀 매니저는 “택배 상하차, 캠핑, 장애인 이동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실제로 체험하고 반영했다”며 “패신저와 카고 모델 모두 사용성을 최대한 고려해 설계했다”고 했다.

○ 레고처럼 조립되는 PV5

PV5의 핵심은 유연한 플랫폼에 있다. 강승민 책임연구원(바디 아키텍처 개발팀)은 이번 모델에 적용된 e-GPS 플랫폼에 대해 “고객의 사용 목적에 최적화된, 진정한 목적 기반 전기차”라며 “전방 충돌 안전성과 넓은 실내 공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운전석을 전방으로 밀어 배치하고, 바닥은 풀 플랫 구조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MSV 바디설계팀의 이해웅 책임연구원은 PV5의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이하 FBS)을 “차세대 바디 기술”이라며 “레고 블록처럼 바디를 구성해 슬라이딩 도어, 리프트 게이트, 후방 오버 모듈을 고객 요구에 따라 조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구조적 유연성은 물론, 유지보수와 컨버전 편의성까지 고려됐다. 외골격 복합재를 적용해 손상 부위 교체가 용이하며 후방 모듈 변경만으로도 다양한 업종의 화물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 마법 같은 실내 공간과 적재성

허한성 연구원(MSV 엔지니어링 패키지팀)은 PV5의 공간 설계를 마법 같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패신저 모델(2-2-3 구성)은 3열에서도 헤드룸·레그룸 1000mm 이상을 확보했으며 슬라이딩 도어의 낮은 승하차 높이(399mm)와 넓은 열림폭(775mm)은 노약자와 어린이,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인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1330ℓ에서 2열 폴딩 시 최대 3615ℓ까지 확장된다. 카고 모델은 최대 5165ℓ 적재공간을 갖췄다. 또 성인이 서서 작업 가능한 실내고(최대 1815mm)를 확보해 상용차 수준의 활용성을 제공한다.

○ 다양한 라인업과 고객 맞춤형 설계

PV5는 콤팩트(전장 4495mm), 롱·하이루프(4695mm) 등 3가지 차체 옵션과 함께, 최대 2995mm의 휠베이스, 5.5m 회전 반경을 통해 도심 주행과 주차도 용이하게 설계됐다.

또한, 자가용·차박 수요를 겨냥한 ‘러기지 평탄화 데크’, 상업용 카고에 최적화된 ‘카고룸 플로어’, 휠체어 승하차를 위한 ‘사이드 에너지’ 콘셉트까지 각 수요에 따라 세부 구성이 가능하다. 특히 ‘도너 모델’을 운영해 컨버전 작업에 필요한 부품 사전 제거, 전력 포인트 제공, 특장 제어기 연동 등으로 외부 협력사의 부담도 줄였다.

○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배터리 기술

PV5에는 최고출력 120kW(163마력), 최대토크 250Nm의 모터·인버터·감속기 일체형 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전력 효율과 모듈화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NCM 71.2kWh, 51.5kWh, LFP 43.3kWh 등 총 3종의 배터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셀-투-팩(Cell to Pack, CTP)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실현했다.

○ 소프트웨어로 확장된 ‘모빌리티 생태계’

기아는 PV5에 전용 안드로이드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비즈니스 연계가 가능한 플랫폼 API, 앱 마켓, OTA 업데이트는 물론, 특장 기능도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유재천 책임연구원(MSB 프로젝트7팀)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개방성과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기아는 외부 특장사와의 협력 가이드 제공, V2L(차량→전기기기), V2D(차량→장비) 연계, 컨버전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PV5를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 ‘사업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기아는 다음 달 PV5 패신저 2-3-0과 카고 롱 모델의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하고, 올 4분기 유럽 출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 PV5를 순차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