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렌터카 오토옥션은 총 연면적 8만9000㎡, 동시 주차 3000대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시설이다. 연간 약 10만 대의 차량을 처리할 수 있다.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오토옥션은 자동차 진단·상품화·물류·정비 등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오토옥션은 SK렌터카 취임 1년을 맞은 이정환 대표이사의 야심작이다. 이 대표는 바로 직전에 중고차 플랫폼 ‘오토플러스’를 거치며 중고차 유통과 상품화 전 과정을 경험한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생태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오토플러스 재임 당시에는 직접 B2C 인증중고차 브랜드 ‘리본카’를 운영하며 차량 진단·정비·클리닝·유통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중고차 사업 모델을 구축한 바 있다.
지난 15일 SK렌터카 오토옥션 개관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정환 대표는 “렌터카 사업의 본질은 결국 차량을 얼마나 끝까지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법적으로는 차량을 7년까지 운용할 수 있지만, 업계 관행상 3~4년 쓰고 곧바로 처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상태가 좋은 차량은 중고 렌터로 전환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바로 경매에 출품하는 등 자산 운용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오토옥션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신뢰’다. 중고차 구매자는 성능기록부 한 장에 의존해 차량을 판단해야 하고, 판매자와 플랫폼은 그 이상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해도 전달력이 떨어진다. 이정환 대표는 “법적 성능 점검으로는 차량 전체 상태를 판단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며 “특히 하체나 냄새 같은 정보는 거의 다뤄지지 않아 구매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렌터카는 기존 경매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경매 참여자가 요청하면 실시간으로 차량 상태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튜디오도 구축했다. 바퀴 안쪽의 금속 마모 상태, 엔진음의 소음 균일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하체 실사 영상 공개 ▲세스코와 협업 탈취 공정 도입▲배터리 성능지수(SOH) 측정 및 공개 등 핵심 신뢰 전략을 토대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정환 대표는 렌터카 사업의 본질에 충실하는 동시에, 자산 회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고차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지금 렌터카 시장은 침투율이 아직 낮은 편”이라며 “중소기업과 개인 부문에서 소유보다 이용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70%의 중소·중견 법인이 직접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 렌터카 성장 여지는 충분한 편”이라며 “렌터카 본업에 당분간 집중한 뒤 시장이 활성화되고 오토옥션이 자리를 잡으면 소매 사업도 적절한 기회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