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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도 빌려 쓰세요”… 속도 높이는 ‘렌털’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3-05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0:39:45

회사원 이모 씨(43)는 얼마 전 타이어를 사지 않고 빌려서 갈아 끼웠다. 정수기나 안마 의자를 빌려 쓰듯이 매달 1만∼3만 원의 렌털(대여)료를 내고 타이어를 쓰는 상품이 있다고 해서 가입한 것이다. 타이어를 사서 쓰는 것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타이어 업체 직원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타이어 상태와 엔진오일 등을 점검해 주기 때문이다. 이 씨는 “평소에 출퇴근할 때만 아니라 드라이브를 하며 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타이어를 자주 바꾸는 편인데 전문가가 직접 찾아와 관리를 해주는 점이 편리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타이어를 주기적으로 바꾸면서 안전하게 사용하려는 운전자가 늘면서 타이어를 대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015년 9월 ‘넥스트레벨’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세계 최초로 타이어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넥센타이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기준 38만2000개의 대여용 타이어를 공급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따라 소유보다 이용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확산되면서 렌털 서비스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타이어 제조사도 이제 서비스 기업”

최근에는 국내 타이어 업계 1위 사업자인 한국타이어도 렌털 사업에 나섰다. 이 회사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정관에 ‘고무제품 렌털임대업’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이 안건이 통과되면 올해 안에 대형 버스나 물류용 트럭 운전자(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렌털 사업을 시작한다. 평소 운행거리가 길어 타이어가 금방 마모되는 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이 정차된 곳으로 한국타이어의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교체부터 점검까지 해줄 예정이다. 대형 차량을 대상으로 한 렌털 사업이 자리 잡으면 일반 승용차로도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넥센타이어는 이미 지난달부터 수도권에서 차량이 있는 곳으로 직원이 직접 방문해 렌털 타이어를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타이어를 점검만 해줬는데 교체까지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 것이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평소 “타이어 제조사는 이제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임직원들의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 자동차 생산 감소에도 렌털로 활로 찾아


타이어 제조사들이 렌털 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자동차 생산량이 줄면서 타이어 수요가 감소한 데다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 기존 사업 모델로는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70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3% 줄었다. 넥센타이어도 영업이익이 1824억 원으로 1.5% 감소했고 금호타이어는 899억 원의 적자를 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타이어 생산과 판매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9월부터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한 타이어 부품 대량 생산을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한양대와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해 생산된 타이어의 성능을 기존보다 간결하고 빠르게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