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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품귀’ 속 중고차 수출 호황… 코로나 이전 실적 초과

서형석 기자
입력 2021-10-04 14:48:00업데이트 2023-05-09 12:45:49

‘한국산 중고차’를 찾는 해외 수요가 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생산과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국산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해외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고차 수출 규모와 물동량 모두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일 관세청과 인천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중고차 수출량은 33만15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4660대보다 47.5% 많았다. 이 기간 중 중고차 수출 물량의 대부분인 승용차는 26만1847대로 2020년 17만5293대는 물론 2019년 22만9444대를 크게 상회했다. 중고차업계는 올해 400만 대 돌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국내 거래량에 이어 수출 또한 이전 최고치인 2019년 46만8829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수출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창궐로 거래량이 줄며 부진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거래 관계자들의 이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뛰어 넘는 건 물론 코로나19 이전을 능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천항에는 올해 1~8월 자동차 운반선 153척이 입항했다. 2019년과 지난해 연간 각각 123척, 104척이 입항한 것보다 많다. 월별로 입항 선박 수가 한 자리수로 떨어진 적은 올해 한 번도 없었다. 인천항은 많은 중고차 물량이 있는 수도권에 있어 올해 1~8월 88.2%를 비롯해 매년 국내 중고차 수출량의 90%를 처리하고 있다.

국산 중고차의 수출 호황은 국산 차의 품질 향상과 세계적인 신차 품귀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차량 중 국산 차의 성능과 편의사양이 대폭 개선된 2010년대 출시 차종이 늘었고, 미국 및 유럽차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가솔린과 디젤 모델 모두 배기량이 1500~2000cc인 소형 차종이 올해 중고 승용차 수출의 65%에 이르는 등 일상생활에 쓰기 편한 차가 많은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은 리비아, 칠레, 요르단, 터키, 이집트 등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의 총 136개 국으로 이뤄졌다. 이들 국가의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대가 알맞은 한국산 중고차가 제격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신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의 생산차질이 계속되며 9월 해외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줄어드는 등 소비자들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호황은 국산뿐 아니라 일본산 등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중고차수출협동조합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1~7월 중고차 수출은 71만12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많았다. 일본은 세계에서 25%뿐인 우측 운전대 채택 국가의 중고차 수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지난해 106만 대 등 매년 100만 대가 넘는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중고차 수출 호황에 맞춰 중고차 야적장을 추가 확보하고, 인천항 일대의 원활한 중고차 수송을 위한 도로 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