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영국 소재 업체 이네오스오토모티브(INEOS Automotive)가 선보이는 첫 번째 모델이다. 단종된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를 빼닮은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실제로 그레나디어는 혈통은 다르지만 디펜더 정신을 이어받았다. 디펜더처럼 타협하지 않는 정통 사륜구동 오프로더를 표방한다.
탄생 배경이 흥미롭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 계열 자동차 업체로 설립됐다. 지난 2017년부터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네오스그룹은 독일 소재 화학기업 바스프와 영국 석유화학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석유화학사업을 인수한 다국적 기업이다. 작년 기준 글로벌 매출은 92조5340억 원 규모다. 전 세계 39개 사업장에서는 2만5000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에는 롯데이네오스화학(롯데그룹 계열), 한국이네오스스티롤루션(구 한국바스프) 등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고 현대자동차와 수소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자인 짐 래트클리프(Sir Jim Ratcliffe)가 회장을 맡고 있다.

래트클리프 이네오스그룹 회장은 정통 오프로더 모델인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 애호가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체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설립을 결정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남자의 취향과 꿈이 실제 자동차 사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디펜더 부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실제로 랜드로버와 접촉하기도 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래트클리프 회장은 직접 차를 개발해 생산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구형 디펜더를 닮은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디자인이 완성됐다.

지난 2020년에는 해외 공장도 확보했다. 다임러그룹이 매각한 프랑스 엉바슈(Hambach) 스마트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경차 스마트를 생산하던 인력(약 1300명 규모)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오는 2024년까지는 다임러그룹 스마트와 벤츠 등 일부 차종에 대한 생산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는 그라나디아 생산 거점으로 웨일즈공장과 엉바슈공장을 활용할 전망이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은 BMW로부터 공급 받는다. 첫 모델에는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랜드로버 역시 신형 레인지로버 P530이 BMW가 공급한 V8 4.4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1990년대 BMW에 인수된 시기에도 랜드로버는 BMW가 개발한 V8 4.0리터·4.4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공급받아 주요 모델에 탑재했다. 결과적으로 그레나디어는 영국 디자인과 독일 파워트레인, 프랑스 생산 등 ‘삼중국적’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짐 래트클리프 회장 아이디어로 탄생한 그레나디어는 검증된 엔진과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3개의 록킹 디퍼렌셜, 솔리드 빔 액슬 등을 갖춰 최고 수준 주행성능을 제공한다”며 “다양한 옵션과 액세서리를 구성해 나만의 차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스틴 호크바(Justin Hocevar)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현재까지 70개국, 200여 곳의 글로벌 판매 및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현재 파트너들과 협력해 그레나디어 고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에 대한 마무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크바 사장은 “아·태지역 판매·유통 파트너 선정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며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그레나디어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상징성이 큰 시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차 론칭 전에 완벽한 애프터서비스(AS) 제공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서비스센터를 먼저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는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공식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차봇모터스는 차량 판매와 시승, 출고부터 AS까지 담당한다.


영국에서는 2인승 유틸리티왜건과 5인승 스테이션왜건, 탑승 편의를 높인 스테이션왜건 벨스타프에디션 등 3개 트림으로 구성돼 주문 접수를 받고 있다. 추가적으로 2캡 픽업 버전이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현지 기준 판매 시작가격은 4만9000파운드(8103만 원)부터 5만9000파운드(9756만 원)부터다. 1억 원대 가격으로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공략을 노리는 모습이다. 주행 관련 각종 첨단 기능을 탑재해 현행 랜드로버 디펜더에 버금가는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 모델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수소차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