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는 15일 EV9의 내외부 디자인을 공개했다. EV9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다섯 번째 차량이자, 첫 번째 대형 전기 SUV다. 기아는 이달 말 온라인으로 EV9의 상세 정보를 공개한 뒤 31일 개막하는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 처음으로 양산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날 공개된 EV9의 외관 디자인은 기아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해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이라는 형태로 구현됐다. 우선 전면부에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를 재해석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적용됐다. 그릴 양옆에는 정육면체로 구성된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맵 주간주행등’이 배치됐다. 이를 통해 내연기관에 비해 허전할 수 있는 전기차의 전면부에 역동적인 인상을 더했다.
측면은 직선을 충분히 활용해 단순하면서도 볼륨감을 살리도록 디자인됐다. 후면에는 전면과 비슷한 디자인의 ‘스타맵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배치해 통일성을 부여했다. 후면 창문의 와이퍼를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해 깔끔한 인상을 줬다.
EV9의 최대 장점은 넓다 못해 광활하다는 인상을 줄 수준의 실내 공간이었다. 좌석을 모두 3열로 설치했는데도 소형 해치백 수준의 트렁크 공간이 나올 정도였다. 2열은 좌석이 연결된 형태의 벤치 시트와 각각 분리된 독립형 시트로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독립형 시트 중에는 최대 180도 회전되는 ‘스위블 시트’도 선택이 가능해 2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아는 EV9의 정확한 크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달 현장에서 EV9을 직접 살펴본 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아 모하비보다도 큰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형 SUV의 약점으로 꼽히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요소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하비브 부사장은 “길이가 긴 만큼, 뒤쪽까지 충분히 가속한다는 느낌으로 (지붕) 길이를 늘였다”며 “공학 측면에서 공력을 충분히 고려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EV9이 SUV인 만큼 험로주행(오프로드)도 고려해 제작됐지만, 이를 디자인 요소로 강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 대신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함으로써 도심 주행에 어울리고, 가족용 차량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