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은 시장에 적중했다. CLS는 시작가격이 1억 원대인 고가 모델이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꾸준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CLS와 패밀리룩을 이루는 후속 신차들도 합류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은 벤츠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자리매김 했다. 국내 수입차 1위 브랜드로 많이 팔린 만큼 사람들의 눈에도 익숙해졌다. 벤츠의 ‘감각적 순수미’ 디자인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느낌이다.


○ 우리가 잘 몰랐던 벤츠 디자인의 비결 ‘디자인 에센셜’
비결은 ‘디자인 에센셜(Design Essential)’이라는 벤츠 행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다. 우리가 잘 몰랐지만 벤츠는 지난 2017년부터 디자인 특화 행사인 디자인 에센셜을 매년 개최해왔다. 생각해보면 벤츠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디자인 에센셜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과 발전 방향성을 보다 자세하게 공유하기 위해 기획한 플랫폼이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와 미디어 등을 세계 각지에 있는 벤츠 디자인센터나 거점에 초청해 워크숍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미래 디자인 방향성, 콘셉트카, 디자인 영감의 원천, 관련 아이디어 등이 디자인 에센셜 행사에서 소개된다.

2019년부터 디자인 에센셜은 독일을 벗어나 해외를 무대로 삼았다. 프랑스 니스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 에센셜이 진행됐다. 브랜드 첫 전기 세단 ‘EQS’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비전 EQS’를 선보이고 전동화와 함께 진일보한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는 벤츠의 미래 방향성을 공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디자인 에센셜을 진행하지 않았다. 네 번째 디자인 에센셜은 2022년 프랑스 니스디자인센터에서 개최했다. ‘비전 AMG’와 ‘비전 EQXX’를 통해 고성능 장거리 럭셔리 전기차를 정의했다. 그동안 개최된 디자인 에센셜을 통해 럭셔리를 넘어선 럭셔리 브랜드 도약을 꾀하는 벤츠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활발한 협업으로 고루한 럭셔리 이미지를 경계하면서 ‘영앤리치(젊은 부자)’ 감성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 “초고가·호화 한정판 모델 강화”… 벤츠, ‘다이아몬드 럭셔리 전략’ 발표
다섯 번째 디자인 에센셜은 처음으로 유럽 외 국가에서 열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벤츠 칼즈배드(Carlsbad) 디자인센터를 무대로 삼았다. 이번 디자인 에센셜에서 벤츠는 보다 대담하고 노골적으로 변화할 럭셔리 브랜드 방향성을 제시했다. 행사 이름을 ‘디자인 넘버5(No.5)’로 정하고 메인무대를 오렌지 컬러로 꾸몄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샤넬과 에르메스를 연상시킨다. 주제는 ‘아이코닉 럭셔리의 탄생’으로 설정했다. 스타 디자이너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 디자인총괄 부사장과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Christoph Starzynski)’ 전기차 아키텍처·E-드라이브 개발총괄 부사장이 이번 디자인 에센셜 참석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았다. 고든 바그너 부사장은 벤츠가 가진 아이콘 요소를 설명하고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부사장은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날 벤츠의 차세대 라인업과 기술 방향성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양산 모델 수를 줄이면서 고가 한정판 모델을 늘린다는 의도다. 판매량보다 수익에 초점을 둔 전략으로 고가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희소성까지 확보하는 방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집용과 원오프 모델 강화는 부가티나 파가니 등 하이엔드 슈퍼카 브랜드가 전개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대중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켜 온 벤츠가 럭셔리를 넘어선 럭셔리 브랜드로 변신을 시도하는 셈이다. 스타진스키 부사장 발표에 앞서 바그너 부사장이 명품 브랜드 샤넬과 에르메스 등을 언급하면서 벤츠의 럭셔리 요소를 강조한 이유다. 실제로 벤츠는 한정 수량 생산하는 수집용 스포츠카를 실제로 제작 중이다. 이미 외관 디자인이 완성 단계다.

○ NFT부터 AI·고성능 전기모터까지… 최신 기술 트렌드 디자인 관점 접근
이번에 처음 경험한 벤츠 디자인 에센셜은 브랜드가 전개하는 디자인 행사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디자인과 콘셉트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최신 기술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다뤘다. 5~6개 세션을 운영해 조별로 행사 참가자들이 각 세션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개인 맞춤 주문 프로그램인 ‘마누팍투어(MANUFACTUR)’ 세션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나이트 시리즈, 신형 E클래스 전시를 비롯해 새로운 아이코닉 외장 램프 디자인과 최신 차량용 인공지능(AI) 기반 증강현실 인터페이스, 제로레이어 기반 확장현실, 블록체인 디지털 아티스트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과 협업한 전용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공개 세션, 야사 전기모터 소개 세션 등을 운영했다. 또한 디자인 에센셜 행사를 통해 AI 챗GPT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 상용화 소식도 밝혔다.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은 벤츠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고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서 기술 승인을 획득했으며 내년 완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에 맞춰 벤츠 고유 연례 디자인 이벤트인 디자인 에센셜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 거점에서 열리는 추세다. 한국 역시 디자인 에센셜 개최에 최적화된 시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벤츠가 이번 디자인 에센셜에서 제시한 다이아몬드 럭셔리 라인업 전략은 실제 한국 시장 판매 추이와 여러모로 닮았다. 한국 시장에서는 엔트리 모델인 A클래스나 GLA보다 E클래스와 CLS, S클래스, GLC, GLE 등이 더 많이 팔린다. 오프로더 G바겐은 판매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는다. 전반적으로 다른 독일 브랜드에 비해 할인폭도 적다. 엔트리 모델을 줄이고 고급 모델을 확대하는 벤츠의 다이아몬드 럭셔리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양상이다. 언젠가 벤츠 디자인 에센셜이 한국에서 개최되기를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