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석 오른쪽 모니터에서 ‘크랩 드라이빙’이라는 기능을 작동시켰더니 모비온은 게걸음을 걷듯 옆으로 미끄러져 이동했다. ‘제로 턴’이라는 기능을 실행했더니 마치 자동차가 팽이가 된 것처럼 제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360도 회전을 수 바퀴 돌았다.
곧이어 ‘다이아고널’이란 기능을 사용하자 차가 대각선으로 주행을 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한 다리를 들고 빙판 이곳저곳을 우아하게 누비는 ‘스파이럴’ 기술처럼 자동차가 지면을 빙판 삼아 방향의 제약 없이 움직인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바퀴 네 개가 각각 독립해 구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비온은 네 개의 바퀴마다 각자 모터가 달려 있고 이를 하나하나 전자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존 차량들은 바퀴마다 모터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네 개의 바퀴가 서로 연동돼 움직이는 방식으로 구동한다.
만약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요금소 기계에 손이 닿지 않아 영수증을 뽑기 어려울 때 게걸음 기능을 사용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좁은 공간에서 평행 주차를 하려면 수차례 앞뒤로 오가며 각도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간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판매 차량에 실제 장착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