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시적 관세 면제를 고려하는 제품이 있느냐’란 취재진의 질문에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자동차 회사들은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만든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그 부품을 만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3일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 같은 부품에 대해선 다음 달 3일 이전에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미국산 부품 비율은 평균 47%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동차 한 대에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단기간에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인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차량 가격 인상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상 여파로 소형 세단의 대당 가격이 2500∼4500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자동차 부품 관세가 유예 또는 면제되면 미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제조 단가를 당장 올리지 않아도 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대미 수출 타격도 완화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 달러(약 11조7000억 원)다.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액(225억4700만 달러) 중 대미 수출 비중은 역대 최대인 36.5%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제품이나 스마트폰 등이 관세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만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또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이야기를 했고, 나는 최근에 그를 도왔다”며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등에 대한 관세 발표가 예고된 가운데, 일부 품목이나 기업에 대한 예외 조치 가능성을 또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