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에서 진행된 ‘시승행사는 푸조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3세대 3008은 스텔란티스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STLA 미디엄’이 최초 적용된 모델이다.
외형 곳곳을 살펴보면 화려한 요소들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인 조화는 세련되고 절제된 인상을 준다. 전면부는 푸조 상징인 사자가 어김없이 부각된다. 사자 발톱을 연상케 하는 주간주행등에서 시작해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로 이어지는 전면부는 경계를 최소화해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후면부는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운 듯한 실루엣으로 역동성과 자신감을 강조한다.
실내는 압권이다. 차 안으로 들어오면 시각적 풍요로움에 눈길이 멈춘다. 기존의 비율과 구성에서 과감히 탈피한 실내는 입체감과 디테일로 가득하다. 마치 세심하게 설계된 예술작품처럼 하나의 도어조차 면과 선의 균형을 통해 복합적인 감성을 전달한다.
도어 패널에는 직물과 금속, 조명이 어우러진 이질적인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아 있다. 팔걸이는 부드러운 촉감의 재질로 마감돼 있어 손을 얹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주고, 시트를 감싸는 형상은 마치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입은 듯 군더더기 없는 라인을 자랑한다. 은은한 은색 마감재 위로 촘촘히 새겨진 디테일은 빛에 따라 반짝이며 보는 각도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엠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감성을 완성했다. 푸조 3008의 실내를 화려하게 수놓는 건 단연 엠비언트 라이트다. 단순히 분위기를 위한 조명이 아니라, 기능과 감성 사이를 오가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마치 매번 새롭게 감상하는 작품처럼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여기에 파노라믹 i-콕핏이 적용된 새로운 인테리어는 시각적 몰입감과 조작 편의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대폭 간소화된 물리 버튼 구성, 상단으로 이동된 기어 셀렉터 등은 실용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요소였다.
특히 주행 질감은 지금껏 경험해온 SUV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프랑스차 특유의 정교함이 살아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승차감은 그 기대를 또 한 번 뛰어넘는다. 노면 질감을 세련되게 걸러내면서도 차와 운전자 사이의 연결감은 놓치지 않는다.
이번 시승 행사는 서울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출발해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글램트리 리조트를 반환점으로 하는 왕복 약 108km의 코스로 진행됐다. 총 주행 시간은 약 2시간 10분, 도심 주행부터 고속 주행, 와인딩까지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신형 푸조 3008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외관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인상과는 다른 부드러움이 찾아온다. 고속 주행에서도 바닥을 단단히 움켜쥔 듯한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차량의 직진 안정성과 고속 주행 시의 진동 억제력, 하체의 완성도가 도드라졌다. 노면이 거칠어도 실내는 마치 일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듯 안락하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웬만해선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특히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흔들림 없는 주행감은 장거리 주행에서도 큰 피로 없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가평 톨게이트를 지나 글램트리 리조트로 향하는 약 13km의 와인딩 코스에서는 형 3008의 진가가 드러났다. 프랑스차 특유의 탄탄한 하체 세팅과 날렵한 조향 반응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민첩하고 경쾌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무게중심을 낮춘 플랫폼과 정교하게 설계된 서스펜션 셋업 덕분에 연속 커브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탑승자에게 높은 신뢰감을 줬다.
장점 하나 더. 스티어링휠은 손에 꽉 감기는 그립감을 제공한다. 뒷면에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걸리는 구조는 마치 게임패드를 잡은 듯한 조작감을 선사한다. 단순히 돌리는 바퀴가 아니라, 차와 교감하는 ‘컨트롤러’로서의 감각이 살아 있다.

푸조는 이번 신차를 통해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미학을 과시했다. 디자인 철학은 사이드미러에서도 드러난다. 비대칭 7각형 구조의 사이드미러는 단순히 독특한 형상을 넘어 시각적인 재미와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디자인 요소로서 시선을 끌면서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기능적 고려도 담겼다. 처음 접해보는 비대칭 사이드미러라 어색했지만 위아래로 시야가 조금 더 확보돼 원활한 주행을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스마트하이브리드 기술은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심 주행에서는 조용하게, 고속 주행에서는 묵직하게 힘을 더하며 장점을 각인시켰다. 또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의 전환이 자연스럽고, 회생제동 시스템도 이질감 없이 작동해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 복합연비는 공인 기준 14.6㎞/ℓ였지만 이날 왕복 약 108km를 달리고도 최종 15.3km/ℓ를 기록했다. 차량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급가속과 급출발을 했지만 공인 연비를 넘는 연료 효율성을 보여줬다. 실사용 기준에서는 기대보다 높은 효율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트렁크 공간이다. 트렁크는 기본 588리터를 제공하지만 폭이 다소 좁아 짐을 실을 때 구도를 잘 짜야할 것 같았다. 서비스센터의 사후 처리에 대한 불편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올 뉴 3008은 엔진과 전기 모터 합산 최고 145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엔진 136마, 전기 모터 15.6㎾의 출력과, 23.5㎏·m, 5.2㎏·m의 최대 토크를 제공한다. 복합연비 14.6㎞/ℓ, CO₂ 배출량 110g/㎞로 국내 2종 저공해차 인증을 획득해 각종 공영 주차장 및 혼잡통행료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판매 가격은 알뤼르 4490만 원, 시승차였던 GT는 4990만 원이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