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1위에 오른 중국 자동차 업체 비야디가 전 세계에 수출용 자동차를 운반하기 위해 직접 건조한 ‘비야디 익스플로러1호’. 웨이보 캡처
“무역장벽이 없으면 비야디가 다른 전기차 업체를 거의 다 무너뜨릴 것이다.”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올 1월 중국 경쟁사 비야디(比亞廸·BYD)를 두고 한 말이다. 2011년 한 미국 방송에서 비야디 차량을 비웃으며 “저런 차 봤나요”라고 조롱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태도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자신의 조롱 영상이 다시 주목받자 이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다시 올린 후 “이 영상은 수년 전 일이며 현재 비야디의 경쟁력이 매우 강하다”고 호평했다.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또한 “과거 비야디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웃음거리였지만 지금 비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비야디가 비단 저가 공세로 성장한 게 아니라며 그 전략을 집중 보도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최초로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1위 업체에 올랐다. 올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간 전체로도 세계 1위 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이 가득하다.
● 디자인 경영-자체 생산 배터리
NYT는 비야디가 중국 특유의 촌스러운 디자인을 극복하기 위해 2016년 독일 아우디의 수석디자이너였던 볼프강 에거를 영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거는 ‘용의 얼굴(dragon face)’이라 불리는 비야디의 독특한 전면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랜드로버를 떠올리게 하는 SUV ‘양왕(仰望)’ 등 고급 모델도 발표했다. 에거가 합류한 후 비야디는 저가품의 이미지를 벗고 서구 유명 자동차업체 못지않은 ‘디자인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성공 비결로 배터리도 꼽았다. 비야디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유일한 전기차 회사다. 1995년 BYD 설립 당시 소형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했고 2003년 기존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뛰어들었다.
즉, 배터리부터 전기차까지 직접 제조하는 저비용·고효율 생산 체계를 무기로 다른 업체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테슬라를 제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야디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 CATL에 이은 세계 2위 업체다.
특히 비야디는 2020년 3월 길쭉하고 얇은 모양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출시했다.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해 7월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된 ‘한(漢)’은 테슬라 동급 제품 ‘모델3’보다 저렴하면서도 주행거리,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 충전 시간 등 성능 면에서 우수하다.
● 수출 확대 노려 세계 최대 차 운반선 운영
비야디는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럽 등 전 세계로의 수출 또한 확대하고 있다. 수출 확대의 일등 공신으로 직접 건조해 운영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운반선 ‘비야디 익스플로러 1호’가 꼽힌다.
비야디는 지난달 10일 익스플로러 1호의 첫 출항 기념식을 열었다. 또한 2년 안에 이 같은 자동차 운반선을 7대까지 늘려 해외 판매를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으로 전 세계 물류 비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운송 수단을 확보한 비야디가 물류비를 아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비야디가 배터리에서부터 해외 운송 등 물류까지 자동차 공급망의 수직통합을 실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비용 면에서 우위를 점한 비야디가 테슬라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야디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거점인 광둥성 선전에서 적극적으로 연구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미니 도시’를 만들어 숙소에서 사무실까지 출퇴근용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왕촨푸(王傳福) 비야디 회장은 NYT에 “우리의 최대 자산은 기술자”라고 강조했다. 15개월 전 비야디에 합류했다는 한 연구원은 “현재 연구 인력이 내가 입사했을 당시보다 3배 늘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