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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전기차’ 현대차그룹 심장 품는다”… 현대트랜시스, ‘3조 규모’ EV구동계 수주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6-12 14:11:00업데이트 2024-06-12 14:39:34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왕세자)와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 공식 영상 속 이미지. 동아일보 DB·시어 공식 홈페이지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왕세자)와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 공식 영상 속 이미지. 동아일보 DB·시어 공식 홈페이지
현대트랜시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첫 완성차 브랜드에 전기차 핵심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트랜시스의 전기차 핵심부품 대규모 해외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차량용 시트 제품을 납품해왔지만 전동화에 맞춰 전기차 핵심부품 분야로 새로운 영역 개척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대트랜시스 외에 국내 다른 부품업체의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사우디 신생 전기차 브랜드 등장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수주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현대트랜시스는 경기도 동탄 소재 본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제조사 시어(CEER)와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계약규모는 3조 원, 계약기간은 오는 2027년부터 10년간이다.

계약식에는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과 제임스 델루카 시어 사장(CEO), 조니 살다나 최고구매책임자(CPO), 마커스 라이트너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왼쪽)과 제임스 델루카 시어 사장이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왼쪽)과 제임스 델루카 시어 사장이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시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대만 소재 아이폰 제조사 폭스콘(Foxconn)이 합자 방식으로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PIF 회장직을 맡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총리(왕세자)가 주도한 사우디 최초의 완성차 브랜드다. 폭스콘은 전기차 전장 아키텍처와 자율주행 기술 등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일부 부품은 BMW 기술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시어는 첫 전기차를 내년부터 판매하고 오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 전기차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특히 빈 살만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거대 도시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역시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네옴시티 내에는 전기차 운행만 가능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이 시점에 맞춰 자국산 전기차를 네옴시티에 투입하고 중동과 북아메리카 등 인근지역 수출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현대트랜시스는 시어 브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 쿠페 등 전 차종에 탑재되는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을 시어에 납품하게 된다. 현대트랜시스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은 전기차 구동에 필요한 모터와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 동력을 토크로 변환해 전달하는 감속기 등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장치다. 일체형 설계 덕분에 전체 시스템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현대트랜시스 측은 설명했다. 전기차 설계가 용이하고 원가경쟁력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전기차 구동시스템을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첫 사례”라며 “30여 년간 쌓아온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 부품 경쟁력까지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현대트랜시스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현대트랜시스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2019년 수동변속기와 시트 제조사인 현대다이모스가 자동변속기 제조사인 현대파워텍을 흡수·합병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부품기업이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 시트와 변속기 등을 주력으로 공급해왔다. 자동변속기부터 수동변속기, 듀얼클러치변속기, 무단변속기 등 내연기관 변속기 풀 라인업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 부품 기업이다. 미국 자동차산업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지난해 발표한 ‘100대 부품사 순위(Top Suppliers)에서 글로벌 35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일체형 구동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동시스템, 전기차 감속기 등 전동화 핵심부품도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기차 구동시스템 해외 수주를 계기로 전동화 부품 수주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은 “파워트레인 분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구동시스템과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 등 전동화 부품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