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누적생산 1억대 돌파
현대자동차가 1967년 창립 이후 57년 만에 차량 누적 생산량 1억 대를 돌파했다(사진). 세계 주요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미국 포드 등 소수 업체만 보유한 대기록이다. 특히 다른 업체들의 경우 기록 달성까지 60년 이상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도전과 혁신’ 헤리티지(유산)가 기록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첫발을 뗀 지 57년 만에 누적 차량 생산 1억 대를 달성했다. 자체 제작 기술이 없어 미국 포드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코티나’(포드의 세단 모델)를 조립 생산하던 것으로 시작해 6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 중 가장 빨리 달성한 기록이다. 지난해 세계 판매량 순위 1, 2위에 오른 도요타, 폭스바겐은 각각 60년과 68년이 걸렸다.
● 대(代) 이은 도전·품질·혁신 경영, 가장 빠른 성장으로
현대차가 이처럼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현대차 특유의 도전 정신이 꼽힌다.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현재 정의선 회장까지 ‘이봐, 해봤어?’(정주영 선대회장 어록) 정신이 헤리티지(유산)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사내의 반대와 회의론에도 국내 최초 자체 제작 모델인 포니(PONY)의 개발을 강행했다. 1975년 양산 이후 포니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뜻하는 ‘마이카 시대’를 이끌었다. 출시 첫해부터 포니는 연간 1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고, 현대차는 1986년 전 차종 100만 대 생산 기록을 썼다.
1999년 정몽구 명예회장의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는 공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 행보를 보였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던 회장 취임사에 걸맞게 정몽구 명예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 품질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며 세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힘썼다. 인도(1998년), 미국(2005년), 체코(2009년), 러시아(2010년), 브라질(2012년) 등 해외 공장 준공과 현지 생산에 나서면서 현대차는 2013년 누적 생산량 5000만 대를 기록했다.
정의선 회장이 부회장이던 2015년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차 브랜드 N을 출범시켰다. 현대차를 명품 제작사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당시 정 회장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후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수장으로 공식 부임한 후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비롯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전기차를 내놓으며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전동화 시기, 모빌리티 혁신 과제로
1억1번째 현대차 ‘아이오닉 5’ 출고
현대자동차는 창립 이후 57년 만에 누적 생산량 1억 대를 달성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전동화 시대 새로운 1억 대의 시작을 알리는 첫 발걸음”이라는 의미로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가 1억1번째 생산 차량이 됐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1억1번째’ 생산 차량이 아이오닉 5로 기록된 것도 이 연장선이다. 아이오닉 5는 E-GMP에 기반해 나온 첫 번째 차량이다. 현대차 측은 “전동화 시기, 새로운 1억 대 달성을 위한 첫걸음이란 상징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 출고센터에서 ‘1억 대 달성’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및 CSO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억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 5를 20대 고객 김승현 씨에게 인도하는 출차 세리머니가 진행됐다. 이 사장은 “누적 생산 1억 대 달성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라며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가 전동화 시기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과 모빌리티 혁신 등 격변하는 완성차 업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에서 이제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비롯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겠다는 지향점을 새로 정립했다”며 “그에 걸맞은 기술 경쟁력 확보는 물론이고 새로운 경쟁자로 부각되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