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기아 사장이 스페인에서 열린 ‘2025 기아 EV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기아가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 소재 타라코아레나(Tarraco Arena)에서 ‘2025 기아 EV데이’를 개최했다. 지난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기아 EV데이다. 현대자동차에는 없는 기아만의 자동차 행사로 브랜드 전동화 비전을 공유하면서 신차를 소개한다. 첫 행사는 국내에서 개최했지만 올해는 글로벌 무대로 규모를 키웠다. 특히 이번 기아 EV데이는 신차 수와 전시 콘텐츠를 늘려 기아만의 작은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신규 사업인 PBV 비즈니스 전략을 비롯해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와 협력 성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브랜드 전동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부진에도 전동화를 향한 기아의 뚝심이 돋보인다. 이러한 뚝심을 이끄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도 이날 직접 무대에 올라 브랜드 비전을 소개했다. 기아 EV데이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행사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2025 기아 EV데이’가 열린 스페인 타라고나 타라코아레나
이번 EV데이는 ‘전동화 시장의 흐름 전환(Turn the tide)’을 주제로 설정했다. 신차로는 전기 세단 EV4와 PV5 등 양산 모델 2종과 EV2 콘셉트(콘셉트 EV2) 1종을 월드프리미어로 처음 선보였다. 특히 기아가 그동안 많은 공을 들인 PBV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협업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PBV 비즈니스를 위한 제조부문 혁신 등을 공개했다. 기아는 PBV를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이라고 소개하면서 일상과 비즈니스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PBV 전용 플랫폼으로는 ‘E-GMP.S(Service), 개발명 eS’를 선보였다.
신차의 경우 EV4와 PV5를 특히 주목할 만하다. 각각 상반기(3월)와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PV5는 오는 7월부터 국내와 유럽 판매 물량이 양산에 들어간다.
기아 EV4기아 첫 전기 세단 ‘EV4’ 공개… 최대 533km 주행
EV4는 기아 브랜드 첫 전기 세단이다. 전형적인 세단에서 벗어난 스타일과 브랜드 최신 디자인 언어가 조합된 것이 특징이다. 유럽 전략 모델로 EV4 해치백 버전도 함께 선보였다. 단종된 내연기관 모델인 K3 세단과 해치백 수요를 고려한 모습이다.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사용하고 용량은 81.4kWh급 롱레인지와 58.3kWh급 스탠다드 등 2가지 버전을 운영한다. EV3와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인 HLI그린파워가 배터리를 공급한다. 구동방식과 400볼트(V) 전압 시스템 등 다양한 부품을 EV3와 공유하기도 한다.
기아 EV4
기아 EV4 뒷좌석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17인치 휠이 장착된 전륜구동 롱레인지 모델이 최대533km 인증을 확보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가장 긴 주행거리다. 충전 속도는 800V 전압 시스템을 채용한 EV6나 EV9보다 느리다. 400V와 800V 등 전압 시스템은 브랜드 내에서 차급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배터리 충전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기아는 800V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EV6와 EV9을 고급 모델로 분류하고 400V 시스템이 적용된 EV3와 EV5를 보급형 모델로 여기고 있다. EV4는 400V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350kW 초급속충전기 사용 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약 31분(자체 측정 기준)이 소요된다고 한다. 트렁크 용량은 세단이 490리터, 해치백은 430리터다. 보닛 수납공간인 프렁크는 없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8.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고성능 GT 버전 출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기아 EV4
기아 EV4 루프스포일러PBV 사업 선봉 ‘PV5’ 첫선… 비즈니스와 모빌리티 ‘물아일체’의 경지
PV5는 단순히 신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 모델이다. 기아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PBV 사업 본격화를 알리는 일종의 경상용차(LCV)로 볼 수 있다. PV5의 경우 중형급 PBV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4695mm, 1895mm, 높이는 1923mm다. 현대차 스타리아(5255x1995x2000)나 기아 카니발(5155x1995x1775)보다 덩치가 작다.
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주요 타깃으로 하지만 여가 등 일반 소비자 판매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기아는 PV5를 LCV나 상용차로 분류하지 않고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와 소비자 대상 B2C의 중간 위치라고 설명한다.
기아 PV5PV5 등 PBV 모델을 위해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최적화한 E-GMP.S 플랫폼을 개발했다. S는 서비스(Service)를 의미하고 개발코드는 ‘eS’로 설정했다. E-GMP 플랫폼의 확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향후 다른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E-GMP 기반 신규 플랫폼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E-GMP.S 플랫폼은 전·후면 오버행을 기존 E-GMP보다 짧게 만들어 실내 공간을 더욱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전기모터 등 전기차 주요 장치를 전면에 집중 배치하고 전용 설계를 더해 전면 충돌 안전성을 강화했다. 배터리부터 차량 구조와 크기, 기능까지 다양한 부분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간단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기아 E-GMP.S 플랫폼이번 EV데이에서 기아는 PV5 4개 버전을 전시해 PBV 모델의 다채로운 용도를 제시했다. 패신저(승객 수송)와 카고(물류), 휠체어용(WAV, 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유럽 전용 크루(Crew, 승객·물류 혼합) 등을 선보였다. 이밖에 샤시캡 버전과 라이트캠퍼(레저), 프라임(승객 수송 고급 버전), 오픈베드, 내장·냉동탑차 등 컨버전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배터리 용량은 71.2kWh급(롱레인지)과 51.5kWh급으로 운영한다. 국내와 유럽 판매용에는 중국 CATL이 공급한 NCM 배터리가 장착된다. 유럽에서는 43.3kWh급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장착된 카고 모델도 추가로 운영할 예정이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낸다. 롱레인지 모델은 유럽 WLTP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0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충전은 급속 방식으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약 30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기아 PV5 실내외관은 박스카 타입 미니밴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전면 상단에 LED 주간주행등을 배치해 ‘가짜 헤드램프’ 역할로 전체적인 인상을 구현했고 ‘진짜’ 헤드램프는 범퍼 가운데 위치에 달렸다. 기아는 A필러와 연장선에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해 PBV 모델 고유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간결한 구조로 공간 활용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모듈 방식 맞춤 사양 적용이 가능하고 특히 맞춤형 가구처럼 고객이 원하는 용품을 실내에 추가할 수 있는 플랫폼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PBV 모델은 1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용도의 차종을 맞춤형으로 공급해야 하는 만큼 수익 확보 여부에도 관심이 몰린다. 기아는 혁신적인 제조 방식으로 PBV 비즈니스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BV 전용공장인 ‘화성에보(EVO)플랜트’가 핵심이라고 한다. 컨베이어 및 셀 제조 방식을 결합한 설비를 적용해 ‘다품종소량생산’이 가능한 공정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유연하면서 효율적인 PBV 모델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본 모델에 특장 사양을 더한 컨버전 모델을 직접 공급해 고객 맞춤형 생산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컨버전센터를 운영해 고객의 시간과 비용,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고품질 컨버전 차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솔루션도 PBV 비즈니스 주요 혁신 전략으로 꼽았다. 안드로이드 자동차 운영체제(AAOS)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오픈형 전용 앱 마켓을 구축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이 적용되고 커넥티드데이터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향상시키는 플릿관리시스템도 제공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손잡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삼성전자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를 기아 PBV 모델에 도입해 비즈니스 과정에서 차와 사업장, 운전자 등이 연결된 차별화된 비즈니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아 PV5 헤드램프
기아 PV5기아 측은 “PBV 모델 기본 상품성과 소프트웨어 솔루션, 화성EVO플랜트 기반 제조부문 혁신 등 3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관련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V5의 경우 올해 하반기 국내와 유럽에서 기본 모델을 출시하고 내년까지 컨버전 모델을 포함한 신규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4월 개최 예정인 서울모빌리티쇼에서 PV5를 공개하고 상반기 중 국내와 유럽에서 계약 접수에 돌입한다.
기아 콘셉트 EV2해외 전략 SUV ‘콘셉트 EV2’… “작지만 큰 확장형 전기차”
콘셉트 EV2는 글로벌 B세그먼트 SUV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콘셉트카다. 양산 버전은 국내 출시 계획은 없고 해외 전략 소형 SUV로 선보일 예정이다. 출시 시기는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콘셉트 EV2는 도심 운전에 최적화 모델로 실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소형 모델이지만 뒷좌석 폴딩·리클라이닝 시트를 갖췄고 앞좌석을 뒷좌석 시트와 붙여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프렁크 공간도 갖췄다.
기아 콘셉트 EV2네모반듯한 간결한 외관 디자인 요소와 균형 잡힌 비율도 눈여겨 볼만하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은 2줄로 표현한 주간주행등으로 조금 더 최신화됐다. 테일램프는 후면 코너에 배치해 깔끔하면서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작지만 당당한 비율과 실루엣이 꽤 멋있다. 1열 시트 공간을 도어를 오픈한 상태에서 좌우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송호성 기아 CEO 사장은 “기아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고객 관점에서 개발한 제품과 경험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PV5는 PBV 비즈니스 본격화를 알리는 모델로 맞춤형 모빌리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 CEO 사장과 카림 하비브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콘셉트 EV2 옆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타라고나=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