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NI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JCW 배지가 붙는 순간, 펀 드라이빙의 정점을 향한 모델로 완성된다. 그 JCW가 전기 파워트레인을 품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번 시승은 ‘더 뉴 올-일렉트릭 MINI 컨트리맨 SE 올4 JCW(이하 컨트리맨 JCW)’. MINI 최초 순수 전기 고성능 SUV로, 감성과 성능 모두를 전동화 위에 재구성한 모델이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 MINI 전시장에서 출발해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경유하는 짧은 도심 주행 코스였지만 이 차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시승에서는 JCW만의 성능과 디자인 디테일, 실용적 주행 거리까지 세 가지 핵심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승에 앞서 방문한 MINI 서초 전시장은 브랜드 내에서도 JCW 제품군에 유독 강한 존재감을 가진 곳이다. 실제로 이곳은 최근 2차례나 전국 MINI 전시장 중 JCW 판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민선 MINI 서초 전시장 주임은 “이번 시승 모델은 MINI의 정체성과 전동화 기술이 가장 균형 있게 결합된 차량”이라며 “JCW 특유의 스포티한 감성과 듀얼 모터의 성능, 충분한 주행 거리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컨트리맨 JCW 실내로 들어오면 센터에 위치한 9.4인치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MINI의 오랜 디자인 전통인 ‘동그란 클러스터’를 전동화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이 디스플레이는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공조·차량 세팅 등 모든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똑똑한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풀 OLED 기반 선명한 해상도와 반응 속도는 고급 모델 못지않다. MINI만의 유쾌한 그래픽과 사운드 인터페이스는 차를 조작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운전 모드에 따라 화면 테마가 바뀌고, JCW 주행 모드에서는 스포티한 애니메이션과 붉은 계기판 효과로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내비게이션 기능은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티맵이 기본 내장돼 있다. 운전자 중심 인터페이스는 물리 토글 버튼과 음성 명령, 터치 컨트롤까지 자유롭게 조작 가능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된 정보 시야 분산 방지 시스템까지 더해져 감성적 디자인 속에 실용적 안전성과 효율성까지 고려한 구성이 돋보인다.
본격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복잡한 강남 도로로 나왔다. 컨트리맨 JCW는 전륜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앞·뒤 듀얼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시스템 총 출력은 313마력, 최대 토크는 50.1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5.4초로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을 갖췄다.
서초 전시장을 출발해 복잡한 도심을 지나 남산 초입까지는 그린 모드로 주행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발끝 감각에 따라 부드럽게 나아가는 움직임이 인상적이고, 회생 제동이 은은하게 개입돼 별다른 조작 없이도 정체 구간에서 피로를 덜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도심 정체 속에서도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거의 줄지 않는 점은, 실효 전비 측면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남산 언덕을 오르며 코어 모드로 전환했다. 가속 반응과 서스펜션 감각이 한층 또렷해지고, 조향도 더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특별히 튀지 않지만 MINI 특유의 유연한 움직임과 일상에서의 밸런스가 돋보였고, 전기차지만 내연기관 MINI를 운전하는 듯한 친숙한 느낌이 묻어났다. 일상 주행에서 가장 자주 쓰게 될 모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카트 모드는 JCW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조향이 확연히 무거워지고, 페달 반응도 훨씬 민첩해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붉게 바뀌고, OLED 원형 클러스터의 인터페이스도 스포티하게 변하며 시각적 몰입감도 더해졌다. MINI가 왜 고카트 감성을 말하는지, 이 모드를 경험하면 단번에 체감된다.
별도 ‘부스터’ 모드도 인상적다. 왼손으로 패들시프트를 당기면 약 10초간 출력이 최대치로 증폭, 순간 가속력과 응답성이 크게 향상된다. 도심 속 급가속 상황이나 고속도로 진입 등 짧고 강한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순간에 탁월하다. 운전자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실제 시승 중 부스터 모드를 활용해 한남대로 합류 구간을 가속했을 때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과 사륜 기반의 단단한 접지력이 인상적이었다. ‘짜릿함’을 만드는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JCW만의 진가가 드러났다.
효율성도 갖췄다. 컨트리맨 JCW 배터리 용량은 66.5kWh,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유럽 기준 최대 401km다.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도심 주행과 근교 이동까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실사용 거리다. 이날 왕복 시승을 진행한 코스는 평균 교통량, 오르막 경사, 정체 구간까지 포함돼 있었다. 부스터 모드를 부분적으로 활용했음에도 예상 주행 가능 거리 소모량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환경부 인증 기준 MINI 컨트리맨 SE 올4 JCW 1kWh당 주행가능거리는 약 5.4km다. 급속 충전의 경우 최대 95kW 출력을 지원하며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9분이 소요된다. 완속 충전은 최대 10.5kW 출력 기준, 0%부터 100%까지 충전하는 데 약 7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 차량은 4륜 시스템과 고성능 JCW 튜닝을 품고도 이 정도 전비를 낸다는 건 꽤 인상적이다. 볼보자동차 EX30·메르세데스-벤츠 EQA·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AWD 전비가 평균 4.5~5.0km/kWh 수준인 걸 고려하면 전비 효율은 꽤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공간 활용성도 인상적이었다. 컨트리맨은 MINI 패밀리 중 가장 크고 넓은 모델이다. 이번 세대에서는 차체 크기가 더욱 커지며 전장 4443mm, 휠베이스 2692mm의 준중형 SUV급 체급을 확보했다. 이는 BMW 소형 SUV X1과 맞먹는 크기다.
덕분에 2열 승객의 무릎 공간과 헤드룸이 한층 여유로워졌고, 성인 4명이 장거리 이동을 해도 충분한 수준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60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1450리터까지 확장된다. 골프백은 물론, 주말 캠핑 장비를 싣기에도 손색없다. 하단 수납공간과 평평한 플로어 설계 덕분에 공간 활용성도 뛰어난 편이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