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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무르익은 엔진과 전기차 장점을 하나로… 볼보 S90 T8 리차지

김상준 기자
입력 2025-10-06 09:30:00
볼보 세단 최상위 모델 S90 T8 리차지 AWD 울트라 모델을 시승했다. 차량 가격은 9140만 원이며 후륜에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하면서 기존 모델 대비 승차감을 크게 개선한 차량이다. 약 700km 장거리를 시승하며 전반적인 완성도를 평가했다.

2025년 모델의 외관 변화는 미묘하다. 볼보가 크게 바꿀 이유를 찾지 못했을 만큼 기존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전면부는 신형 XC90과 동일한 아이언 마크(Iron Mark) 엠블럼과 대각선 바를 적용한 그릴로 단정함을 더 했다. 토르의 망치 LED 주간주행등은 여전히 볼보만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표현한다. 신차는 현대적인 느낌을 주지만 기존 디자인이 더 중후하다는 의견도 있다.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휠 디자인이다. 20인치 휠은 기존보다 더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운전석 쪽 A필러 하단에는 완속 충전부가 자리했다. 후면부는 변화가 더 뚜렷하다. 테일램프 디자인을 새롭게 하면서 날렵함을 더했고, 트렁크 리드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역동적인 감성을 추가했다.

차체 크기는 기존과 동일하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제네시스 G80보다는 크고 G90보다는 작은 크기다. 롱 휠베이스 버전만 판매하는 만큼 2열 공간 확보에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실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스웨덴 브랜드다운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강하게 다가온다. 물리 버튼을 최대한 줄이고 11.2인치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대부분 기능을 통합했다. 기존 9인치에서 확대된 디스플레이는 선명도와 터치 반응성 모두 만족스럽다. 티맵 오토를 새롭게 적용해 내비게이션과 음성인식 기능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신형 시스템은 기존 대비 약 2배 빨라졌다고 한다.

엠비언트 라이트가 새롭게 추가돼 야간 실내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연출한다. 크리스털 기어 노브는 조명과 함께 볼보만의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는 상징적 요소다.

앞 좌석은 부드러우면서도 몸을 제대로 잡아주는 지지력을 갖췄다. 천연 가죽과 나무 장식, 알루미늄이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열선과 통풍, 마사지 기능까지 기본으로 제공되는 1열 시트는 장거리 운전에서 피로감을 크게 줄여줬다.

S90의 가장 큰 강점은 2열 공간이다. 3060mm라는 긴 휠베이스와 전륜구동 기반 플랫폼의 공간 효율성이 만나 놀라운 여유를 제공한다. 평균 키 성인남성이 1열을 적정 위치에 맞춘 상태에서 2열에 앉아도 앞쪽 무릎 공간이 한 뼘 이상 남는다.

2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B필러에 위치한 송풍구와 좌우 전동 커튼은 2열 승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세심한 배려다. 다만 높게 올라온 센터 터널로 인해 중앙석은 어린아이만 앉을 수 있어 사실상 4인승 구조다.

T8 모델의 심장부는 2.0ℓ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의 조합이다. 엔진이 317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고, 전기 모터가 31.5 kg·m의 추가 동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8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은 2.1톤이라는 무게를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다. 기존 모델 대비 승차감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후륜 에어서스펜션의 효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뒷좌석 승차감이 앞쪽보다 훨씬 안락한 느낌을 주는 세팅이다. 비교적 단점으로 평가받던 구형 S90의 단단한 승차감이 확실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 있는 핸들링을 보여준다. 상시사륜구동(AWD)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에 강한 소나기가 쏟아지는 고속도로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차량 거동을 보였다. 다만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고 접지력을 유지하는 느낌보다는 승차감을 떨어트리지 않는 수준에서 하체를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느낌을 받았다.

볼보의 대표적인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차선 유지와 차간거리 제어를 부드럽게 수행했다. 해당 기능은 장거리 운전 시 피로감을 크게 줄여줬다. 19개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앤윌킨스(B&W) 오디오 시스템은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차량 들 중 가장 훌륭한 수준이다. 여러 가지 악기가 조화된 클래식 음악을 듣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판단되며, 다른 음악에서도 악기와 목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또렷하게 구분해 들을 수 있는 것이 특화된 장점이었다.

700km를 주행 후 기록한 연비는 14km/L로 차 크기 대비 준수한 수준을 보였다. 급가속을 자제하면 시내에서 13km/L 이상, 고속도로 항속 주행 시에는 15km/L 이상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배터리 완전 충전으로 순수 전기 주행이 50km 이상 가능했기에 정기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유류비를 혁신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140만 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에어서스펜션, 상시사륜구동,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B&W 오디오 등 주요 장비들이 경쟁력 있어 구매 후 만족도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1억 미만의 다재다능함을 갖춘 수입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이나, 시승을 통해 전반적인 승차감과 상품성을 평가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