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안성에 들어설 현대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로 불리는 이 배터리 R&D 센터 건설의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안전점검 수행 기관 지정’ 절차를 최근 완료했다. 이르면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MAAC에는 배터리 설계부터 시험 생산, 성능 검증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과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등 모든 형태의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남양·마북·의왕연구소와 함께 MAAC를 4대 연구 거점으로 둔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이미 2023년 8월 출시된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처음 적용했다. 이 배터리는 현대차가 설계하고 SK온이 양산을 담당하는 협력 모델로 개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배터리 양산에 나서진 않더라도 배터리 기술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확보하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론 팹리스 업체로 전환할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흐름 속에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셀 제조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폭스콘이 전기차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팹리스 회사로 변신하거나, 반대로 배터리셀 업체가 전기차 파운드리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비야디(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배터리 제작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기존 배터리셀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신규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