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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품는 현대차, 직접 설계-시험생산 승부수

김재형 기자
입력 2025-02-24 03:00:00업데이트 2025-02-24 18:53:56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에서 현대차가 자체 설계한 배터리가 적용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에서 현대차가 자체 설계한 배터리가 적용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용 배터리 제작 능력을 직접 확보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설계하고,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팹리스(설계) 업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트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기술 자체 확보에 나서면서, 앞으로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이종 결합이나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안성에 들어설 현대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로 불리는 이 배터리 R&D 센터 건설의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안전점검 수행 기관 지정’ 절차를 최근 완료했다. 이르면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MAAC에는 배터리 설계부터 시험 생산, 성능 검증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과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등 모든 형태의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남양·마북·의왕연구소와 함께 MAAC를 4대 연구 거점으로 둔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이미 2023년 8월 출시된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처음 적용했다. 이 배터리는 현대차가 설계하고 SK온이 양산을 담당하는 협력 모델로 개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배터리 양산에 나서진 않더라도 배터리 기술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확보하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론 팹리스 업체로 전환할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자체 개발한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 셀을 공개한 후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매월 수십만 개의 셀을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3월 파나소닉 지분을 모두 매입해 배터리 제조사 프라임어스 EV 에너지(PEVE·현 도요타배터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폭스바겐 또한 2022년 7월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를 설립해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셀 제조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폭스콘이 전기차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팹리스 회사로 변신하거나, 반대로 배터리셀 업체가 전기차 파운드리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비야디(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배터리 제작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기존 배터리셀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신규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